잊혀지지 않는 어머니
잊혀지지 않는 어머니
  • 문정현 다큐멘터리 감독
  • 승인 2012.03.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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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머니>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노동자들의 어머니라 불린 이소선에 관한 이야기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아님 죽어가는 아들과의 약속으로 평생 노동현장에서 불의와 싸웠던 이소선의 활동이 그녀를 노동자의 어머니라 부르게 한걸까? 나 또한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이도 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과연 이소선을 어머니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힘들 때 언제나 격려해줬던 어머니. 그러나 언제나 위로를 받는 건 나뿐 이었다. 늘 씩씩한 목소리로 주변을 위로해줬던 어머니를, 나를 위해 사용한 건 아닌가. 나는 나와 우리에게 무차별적으로 소비된 어머니의 이미지를 그녀에게 투영했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녀를 이 땅 노동자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어머니라 불렀던 것 같다.

   2009년 가을부터 이소선을 찍었던 태준식 감독은 이렇게 공적인 이미지 혹은 소비되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오롯이 그의 것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불안과 위기의 시대, 모든 이들의 어머니라 부르는 인물에게 카메라를 핑계로 위로를 받고 싶었다”던 태준식 감독은 정작 그녀를 인간 이소선으로 우리 앞에 불러온다. 감독은 우리 모두가 그녀처럼 삶의 자리에서 투쟁할 수 있음을 혹은 삶과 운동은 분리되는 그 무엇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죽음에서 시작해 그녀의 삶과 내면을 역행한 이야기가 그대로 담긴 영화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그녀의 삶을 우리 시대 어머니의 삶으로 바꿔놓았다.

  이제 어머니를 만날 수 없다니 많이 슬퍼진다. 아직도 그 정겨운 목소리가 귀에 선한데 어머니는 이제 계시지 않는다. 항상 그렇듯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벌써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고백한다. 항상 투쟁의 맨 앞과 뒤에 서셨던 어머니를 나는 내 식대로 너무 편리하게 그렸던 것 같다. 이제 어머니를 놓아 드리고 내가 바로 그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싶다. 그것이 삶으로 세상을 이야기하셨던 어머니와 먼저 가신 분들에게 보여드려야 할 모습이다. 그리고 내 뒤에 올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노동자들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라 부르기 쑥스러웠던 나와 우리의 어머니 이소선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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