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공간의 문화를 말하다
건축, 공간의 문화를 말하다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12.04.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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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화계의 화두는 ‘건축’이다. <건축학개론>은 개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관객이 1백만 명을 넘어섰고 <말하는 건축가> 역시 다큐멘터리의 흥행분기점이라고 하는 1만 명을 훌쩍 넘어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왜 ‘건축’이 한국영화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전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1999)과 같은 작품이나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간간이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건축을 직접 다룬 것이라 보기에는 힘들다. 무엇보다 작금의 현상은 제목에 ‘건축’이 포함되었거나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그 중 <말하는 건축가>는 2011년 3월 타계한 고 정기용 건축가의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감독의 시선은 차가울 정도로 담담하다. 영화는 건축가로서 주인공의 업적을 조명하기보다는 대장암과 싸우는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다. 인간 중심의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그의 모든 일생을 포괄하거나 그가 이룬 업적과 성과를 조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건축물의 위대함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던 주인공의 ‘생각’을 풀어낸다.

고 정기용 건축가 유작 <순천 기적의 도서관>

  건축가 정기용은 ‘기적의 도서관’ ‘무주 프로젝트’ ‘노무현대통령 사저’ 등의 건축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철학은 건축물 그 자체의 화려함이나 웅장함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건축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배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한 작업을 가리켜 ‘감응의 건축’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콘크리트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찬사를 보내는 우리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인테리어라면 무조건 치켜세우는데 그의 건축물에는 그런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디자인을 내세운 도시건축은 인간의 삶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인간을 추방하는 데 앞장섰을 뿐 거주공간으로서 ‘집’은 파괴됐고, 그 자리에는 ‘왜곡된 공동체’로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의 복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효과를 낳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건축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동시에 공간의 문화를 사유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건축 영화’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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