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마술
편집의 마술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4.0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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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타주’. 흔히 범죄수사를 위해 합성으로 만든 범인의 사진을 뜻하는 범죄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몽타주는 영화의 편집용어를 뜻하기도 한다. 이때의 몽타주는 ‘단순한 쇼트(촬영의 기본 단위로 한 번에 촬영한 장면)의 결합이 아니라 쇼트와 쇼트가 충돌하여 제3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정의된다.
  몽타주의 개념을 이론으로 정립시킨 것은 영화감독 겸 이론가였던 레프 쿨레쇼프다. 쿨레쇼프는 쇼트의 결과에 따라 영화의 의미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음을 주장하며 실험을 했다. 그는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각각 관에 누워있는 여인, 음식, 곰인형을 갖고 노는 아이 사이에 삽입한 후 각 장면에 따른 의미 변화를 살펴봤다. 놀랍게도 관객은 똑같은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장면에 따라 배우의 얼굴이 슬퍼 보이고, 배가 고파 보이고, 기뻐 보인다고 인지했다. 이를 통해 쿨레쇼프는 쇼트와 쇼트를 병치시키는 편집이 다양한 결과와 정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편집의 효과가 바로 ‘쿨레쇼프 효과’다.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
  영화 <양들의 침묵> 속 한 장면에는 ‘쿨레쇼프 효과’가 잘 드러난다. 살인사건을 조사 중이었던 FBI 요원인 스탈링은 빌이라고 불리는 살인범의 소재를 파악하게 된다. 스탈링은 자신의 상관인 크로포드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 하지만 크로포드는 이미 엉뚱한 곳을 빌의 집으로 오해하고 그곳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빌의 집과 크로포드 일행의 움직임을 교차편집한다. 크로포드 일행이 엉뚱한 집을 찾아가 벨을 누르자 빌의 집에서도 벨소리가 들린다. 관객은 마치 크로포드 일행이 진짜 빌의 집을 찾았다고 생각하면서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크로포드 일행이 들어간 곳은 텅 빈 집이었고, 빌이 문을 열자 밖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탈링이다. 그제서야 크로포드는 스탈링이 진짜 빌을 찾아냈음을 깨닫고 그녀의 위기를 직감한다. 즉 영화는 스탈링과 크로포드의 상황을 교차편집함으로써 공간적인 통일감을 부여해 관객을 속인 것이다.

  ‘쿨레쇼프 효과’는 일종의 편집적 트릭이지만 이처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한층 더해주는 영화 속 훌륭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장면과 장면의 연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의미를 빚어내는 ‘쿨레쇼프 효과’. 이것이 바로 편집의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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