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 아름다운 시절
청춘, 그 아름다운 시절
  • 정혜옥(영어영문) 교수
  • 승인 2012.04.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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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미국 자연주의 소설로 평가되는 <붉은 무공훈장>(The Red Badge of Courage)의 저자 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은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전쟁터에서의 체험을 통해 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헨리 플레밍(Henry Flemming)이라는 젊은이가 소문과 신문 기사의 영웅담에 혹해 자원입대한 뒤 전쟁의 실상에 대한 실망과 실제 전투에 임했을 때의 두려움, 그리고 두려움과 실망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인상주의적으로 전달한다.

  사춘기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시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하는 기간이다. 다시 말해 청춘이라고 하는 시절이고 이는 대략 대학생 시절과 겹치고 있다. 나는 매 해 신입생들을 볼 때마다 정말 싱그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그 시절이 얼마나 예쁘고 소중한지를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 역시 덕성여대에서 보낸 4년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대학에 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진다면서 ‘열공’하라고 했고 정작 본인들도 대학생이 되면 특별한 일이 기다릴 거라고 착각하고 대학에 왔기 때문일 것이다.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내게 근사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혹시나 하고 갔던 미팅에는 역시나 하는 파트너들만을 만났을 뿐 아니라 해야 되는 숙제도 많았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낸 뒤 3학년이 되고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을 때 그 시절은 거의 잿빛에 가까웠다. 뭐하나 손에 잡히는 게 없이 갈등만 많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고민 많고 갈등만 있던 그 시간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금 이 나이에는 할 수 없는 ‘순수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던 그 맑음 때문이기도 하다. 또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다른 말로 하자면 많은 가능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크레인은 자신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는 두려움을 헨리가 처음 임한 전투에서 겁에 질려 달아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주하다 다친 이마의 상처를 동료들이 부상으로 오해해 영광의 ‘붉은 무공훈장’이라고 했을 때 헨리는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나 그 겁쟁이 헨리가 다음 전투에서는 부대의 깃발을 들고 가장 먼저 달려 나가는 용기를 보여준다. 전투가 끝나고 그는 도망갔던 비겁한 모습과 앞장섰던 용기 있는 모습 모두 자신에게 내재된 한 면일 뿐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학생들에게 취직을 위해 학점관리와 ‘스펙쌓기’를 잘 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아름다운 시절을 갈등과 두려움에만 사로잡혀 있지 말고 용기 있게 많이 넘어지고 그만큼 많이 일어나기를, 그러면서 받게 되는 많은 상처들이 헨리처럼 인생의 ‘무공훈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 붉은 무공훈장이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상처를 헤아리고 그 상처를 보듬고 배려하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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