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학생의 소통, 끝나지 않는 이야기
교수와 학생의 소통, 끝나지 않는 이야기
  • 조우호(독어독문) 교수
  • 승인 2012.04.1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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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연 혼자만 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우주의 만물은 존재만으로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
향을 주고 우리는 주변의 존재와 소통을 한다. 근대의 위대한 사상가 스피노자가 생각한 것처럼 우리
가 자연과 우주의 모든 존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는 이런
점에서 소통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불신과 불안이 자
리 잡게 된다.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가 나타난 것도 그가 소통 부재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어
쩌면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것은 소통의 사과나무거나 아니면 불통의 악마일 것이다. 그럼 학교는 소통의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을까?

그동안 학교는 항상 소통의 장이요, 소통의 원리와 실제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어 왔다. 취업과 성공만
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대학일지라도 성숙하고 자유로운 인격을 키워내야 하는 임무
도 대학에 여전히 주어져 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소통의 문제는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지식 전수
를 위한 효과적 교수법이거나 기술적 노하우 이상의 것이다. 대학이 지식의 재생산 공장이 아닌 인간
에게 유익한 새로운 지식 창출의 치열한 실험실이 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간의 진정한 소통을 전
제로 해야 한다. 이때 소통이란 교수와 학생이 인격적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새
로운 지식(Scientia nova) 형성의 전체적‘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통은 교수와 교육의 과정 전체를 포괄하는‘지속적 상호작용’의 끊임없는 시도이다. 이런 의미의 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지식과 삶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공동체는 효용성과 업적만을 위해 결성된 사업 공동체나 프로젝트 모임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지속적인 만남과 인간적 교감이 가능해야 하며, 일방적 지시와 명령이 아닌 쌍방의 협조와 참여라는 토대에서 교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에서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을까?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대기업의 하청업체 정도로 보는 시각이 학내외에 존재하는 한 이런 소통은 요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 대학에서 소통은 불가능한 얘기일까? 아니다. 거창한 대답 대신 지금도 진행되는 소통의 간단한 예를 들어보고 싶다. 대학생들이, 비단 그들만이 아니지만, 끔찍이 좋아하는 대상이있다. 그것이 없으면 무인도에 버려진 로빈슨 크루소처럼 세상과 격리되는 것처럼 안달하는 물건이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그들의 유별난 스마트폰 사랑은 특히 수업시간에 빛이 난다. 수업시간 내내 자신의 손 안에 두고 부지런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이나 자신의 얘기가 학생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한갓 스마트폰보다 못하다거나 최소한 스마트폰과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득 비애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은 교수와 소통을 하기보다는 스마트폰과 실제적인 소통을 하는 셈이다. 그들은 그것으로 즐거워하고 집중하며, 말하고 행동한다. 그것과 글자 그대로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의 자리에 이제는 교수와 학생이 만드는 끝없이 이어지는 지식과 삶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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