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만나 흐르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흐르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2.04.16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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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전통 옷감 중 하나인 모시와 젊음의 표상, 스키니진이 만났다. 우리대학 박현신(의상디자인학과) 교수는 전통과 현대, 구세대와 신세대를 아우르는 옷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모시의 현대화 과정, 그리고 의상디자이너로서 옷을 대한 애정에 대해 들어봤다.
 
‘모시’ 라는 이미지는 젊은 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같은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생들이 받아온, 틀에 박힌 교육이 참 안타까워요. 선생님이 알려주는 부분만 ‘밑줄 쫙 그어서’ 외우라는 광고가 떠오르네요. 엉뚱한 상상을 하거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딴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해!”라고 말했을 거예요.
  1학년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틀을 정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합니다. 그때마다 좀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발상과 표현’이란 관점에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가르칩니다. 주된 생각과 시각에서 벗어나 그 주변을 살펴보라고 하지요. 동전의 앞면과 뒷면만이 아니라 옆면도 있듯이, 하나의 사물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일 수 있거든요.

옷감 중에서 모시에 주목하신 이유는


  2006년 청계천 광장에서 한산모시 패션쇼를 진행하면서 모시를 이용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모시는 손질하기 힘들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전통의 옷감 소재인 모시가 어떻게 현대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사실 우리의 전통은 늘 현대적인 것과 단절되지 않고 같이 흘러왔습니다. 계속 새롭게 창조되고 흘러온 유기적인 것이죠. 청계천의 흐름과 전통과 현대의 흐름의 의미를 연계해 ‘흐를 류’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했었지요.

모시를 현대의 디자인으로 재해석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모시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드는데 어려움은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약간 뻣뻣하기도 하거니와 옷의 곡선을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시풀 껍질로 실을 만드는데, 한올 한올 가늘게 이빨로 다 찢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시옷은 아주 섬세하면서도 단아한 이미지를 줍니다. 또한 한여름에 입으면 체감온도가 1~2도 정도 내려가 기능성도 훌륭하지요.
  흔히 ‘전통의 현대화’라 하면 전통적인 것이 지닌 불편한 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금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불편한 부분도 감수하면서 지켜야 할 것 중 하나입니다. 그래야만 전통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억 그리고 꿈’, ‘그림자 입기’, ‘새로운 시작’ 등 다양한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왔는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통일 된 메시지가 있다면
  이 세상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림자는 빛에 의해 변화하지만 자신의 원래 모습은 잃지 않아요. ‘그림자를 가져와서 옷으로 입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자유롭고, 변화하는 그림자의 특성을 살려 좌우대칭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연출할 수 있었죠.
  한눈에 보고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 보는 사람마다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티셔츠 하나를 입어도 네 생각대로 다르게 입어라”라고 말해요. 똑같은 옷도 입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에 각각 다른 것이죠.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입어야 진정한 옷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옷을 디자인 할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야 하지만 소비자도 함께 배려해야 합니다. ‘이 옷을 언제,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입을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재료와 주어진 환경, 소비자 사이에서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타협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사고력을 키워야 해요. 바느질 잘하는 사람이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디자이너입니다.

의상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면
  자를 사용할 때 1mm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어느 디자이너는 바늘이 올의 어느 방향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실루엣이 달라진다고 말했죠. 하지만 좋은 기술이나 기능만으로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습니다. 생각할 줄 아는 디자이너를 사람들은 오래 기억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드는 옷은 좋은 옷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주머니 위치도 디자이너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집니다.
  학생들에게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문학 과목들을 꼭 수강하라고 말합니다. 저도 요즘 답사여행을 다니면서 옛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느끼곤 합니다. 교양과목 중에 <글로벌 예술 문화의 이해>는 세계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킨 흥미로운 과목인데 이번 학기에 폐강돼서 아쉬워요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감출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는 겁니다. 자기를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첫 수업시간에는 자화상을 그리라고 해요.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를 때,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편안한 옷차림도 좋지만 가끔씩 예의를 갖춰야 하는 모임에는 잘 갖춰 입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겠지요.

  모시 외에도 삼베, 명주 등 다양한 전통 옷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박 교수는 각각의 소재에 생각을 담아 또 다른 전통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누구라도 옷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입혀보는 건 어떨까. 익숙한 옷도 새로운 옷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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