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적인 시선
관조적인 시선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4.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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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온돌’이 있다면 일본에는 ‘다다미’가 있다. 우리가 평수로 방의 크기를 따진다면 일본은 다다미 개수로 방의 크기를 말한다. 이처럼 다다미는 일본 주거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특유의 좌식문화를 고스란히 접목한 영화 촬영기법이 있다. 바로 일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1903~1963)가 창안한 ‘다다미 쇼트’다.

  다다미 쇼트는 다다미에 무릎을 꿇고 앉는 일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일본적인 촬영구도다. 이 기법은 인물들의 움직임이 다양하고 동적인 서양영화에 비해 극적인 흥미는 떨어지지만 화면을 정적이면서도 회화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준다. 또한 카메라가 등장인물의 시선과 같은 높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인물의 표정과 정서를 꾸밈없이 그대로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다다미 쇼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등장인물의 앉은키에 맞추고 롱 테이크(1~2분 이상의 장면이 편집 없이 진행되는 것)로 진행되는 촬영기법이기 때문이다. 다다미 쇼트가 사용된 영화는 시종일관 관조적인 시선으로 등장인물과 주변 사물들까지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고 말하는 것도 다다미 쇼트 덕분이 아닐까?

영화 <동경 이야기>의 한 장면

  오즈 감독을 이야기할 때 다다미 쇼트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오즈의 영화에는 다다미 쇼트를 통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농축돼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경 이야기>(1953)를 대표로 꼽을 수 있다. <동경 이야기>는 한 노부부가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동경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일본 가족제도의 붕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뚜렷한 반전이나 극적인 요소도, 큰 변화도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다미 쇼트를 통해 한층 더 부각된다.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는 일상적인 가족이야기지만 좀 더 낮은 자세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영화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본인의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잔잔하게 되짚어 준다. 그러면서도 어느 세대, 어느 나라 사람이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와 그만의 독특한 영화 스타일 속에서 가족에 대한 마음과 영화의 깊은 여운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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