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문
두개의 문
  •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 승인 2012.05.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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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의 한 장면
  2009년 1월 20일. 그날에 있었던 참혹한 참사.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몇 번의 계절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 깊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 끔찍했던 그날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 사회적 약자가 쓰러져가는 경험은 현재도 여전히 반복재생 중이다. 나아질 것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날의 용산’에 대해 무덤덤해지거나 잊고 있진 않을까.
  6월 극장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영화 <두개의 문>은 우리가 잊고 있던 그날을 재조명한다. 하지만 <두개의 문>이 주목하는 것은 참사 후 쏟아져 나온 영상들이 담고 있는 ‘급박한 그날’이 아니다. ‘급박한 그날’ 이후 진실을 둘러싼 긴 법정싸움, 그 싸움의 과정을 추적한다. 당시 변호인단, 활동가들의 인터뷰와 경찰특공대의 증언, 법정에서 이어지는 증인 심문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을 지닌 이들로 인해 ‘진실’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경험하게 된다. 생존권을 호소하기 위해 망루에 오른 그날의 철거민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불법폭력시위대’라는 이름으로 규정될 뿐이다.
  생존권과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 그 현장에 내몰린 약자들이 사회적으로 규정되어지는 방식. <두개의 문>은 용산이라는 구체적인 실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규정방식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이전부터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대신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기력함의 학습이 아니라 함께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미덕 중 하나는 당연하게 여겼던 방식들에 대해 다르게 사고하도록 확장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용산참사 이후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에서는 용산을 담은 많은 작품들이 제작됐다. 제작시기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당시 영화들과 <두개의 문>이 주목하는 지점, 구현방식에 대해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적 경험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을 함께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우리 각자가 지닌 ‘정형화된 규정’이 전환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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