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F. 스키너 <월든 투>
B. F. 스키너 <월든 투>
  • 조연지 기자
  • 승인 2012.05.29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토피아(Eutopia)

  연감에서 그의 우편번호를 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때 프레이저는 160km도 채 안 되는 인접 주(州)에 살고 있었으며, 기록되어 있는 주소는 ‘Walden Two, R. D. 1, Canton’으로 되어 있었다.
“월든 투!”-
p.38.

  유토피아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현실적으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토마스 모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꿈꿨고,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책으로 남겼다.

  하지만 여기, 현재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이어져오고 있는 유토피아가 있다. 스키너의 <월든 투>를 모델로 만든 트윈 옥스(Twin Oaks)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트윈 옥스는 재정과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지금까지도 약 100명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방문신청을 통해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트윈 옥스가 스키너의 <월든 투>를 그대로 닮아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스키너가 구상한 삶의 원리들이 트윈 옥스 여기저기에 물들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스키너가 말한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이상사회라는 말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월든 투>를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대체로 우리 아이들은 성장속도에 따라 점진적 자료로 자연스럽게 공부를 한다네. 그들에게 직접 가르치기 전에 모든 면에서 도움을 주는 거지. 우리는 그들에게 사고하고 지식을 얻는 새로운 기술을 제시해 준다네.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네. - p.187.

  월든 투의 사회는 평화롭다. 얼핏 봐도 정말 살고 싶은 사회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스리고, 능력에 대한 남녀의 차별 또한 없다. 아이들은 가정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집단 양육되며 부모들은 아이에게서 해방될 수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계획한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과 여가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노동시간은 점수로 바뀌고 일정 점수를 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 사회는 철저하게 조작된 사회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표주자였던 스키너의 이상사회답게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조작’ 당한다. 어쩌면 이 월든 투라는 사회가 하나의 큰 “스키너 박스”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다.

  우리의 공학 작업은 실망에 대처하게끔 아동을 강화함으로써 그 동기들을 ‘보존’시키는 것이랍니다. (중략) 온도 조절장치가 설비된 장난감들은 인내심을 기르도록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적절한 반응, 이를테면 고리를 잡아당기거나 음악상자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거나 빛이 반짝거리도록 장치되어 있습니다. - p.191.

  이런 부분에 대해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로도 이렇게까지 조건화된, 조작된 평화로움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스키너가 과학자라는 것에 있다. 여태까지의 유토피아가 철학자나 소설가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과는 달리 월든 투는 철저히 과학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고 그 때문에 더 기계적이고 피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스키너의 월든 투가 세상에 트윈 옥스로 존재할 수 있다.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점점 개선될 것이라는 유토피아(Eutopia)일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유토피아를 뜻하는 Utopia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지만 Eutopia는 ‘좋은 곳’이란 뜻이다.)

  월든 투는 읽기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월든 원(one)격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월든>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월든 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스키너라는 심리학자의 꿈이 세상에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B.F.스키너, <월든 투>, 이장호 옮김, 현대문화, 20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서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이서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