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미친 사람
너무나 인간적인 미친 사람
  • 조연지 기자
  • 승인 2012.06.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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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배운 니체는 ‘용사’였다. 모든 사람들이 신을 믿고 따르던 시대에 “신은 죽었다”고 외친 사람이었으니까. 어느 샌가 머리 한 구석에 ‘니체는 분명 위대한 사람일 거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언젠가 니체와 작가대 독자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니체는 ‘미친 사람’이었다. 큰 맘 먹고 학교 도서관에서 두꺼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빌렸는데, 책의 내용이 광인이 산에서 내려와 ‘신은 죽었다’고 외치고는 다시 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예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대학교 2학년에 만난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니체의 잠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평범한 어느 날 우리의 머리를 잠깐 스쳤던 생각들, 하지만 글로 옮기지는 못했던 생각들과 만날 수 있다. 다른 철학자들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약간의 유머와 문학적 표현을 곁들인 니체의 글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어른과 아이의 시각차이를 재치 있게 보여주기도 하고, 
  문 ―어린아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체험하고 습득하는 모든 것에서 문을 본다. 그러나 그것은 어린아이에게는 입구이지만 어른에게는 늘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Ⅱ권 1장 281.


 생전 맡아보지 못한 단어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도 해 준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누누이 강조하던 ‘문장이 이상하다’던지 ‘문장구조가 어색하다’는 어려운 말들 대신, 단어의 냄새를 맡으면서 언어를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어의 냄새 ―모든 단어에는 자신의 냄새가 있다. : 냄새의 조화와 부조화라는 것이 있듯, 단어 사이에도 이러한 조화와 부조화가 있다. -Ⅱ권 2장 119.


 지금까지 책 리뷰로 코너를 연재해온 누군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젊은이들과 비판 ―어떤 책을 비판한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는 단지 그 책이 가진 생산적인 사상 중 단 한 가지도 접근하지 못하면서 손발을 동원하여 필사적으로 자기를 변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젊은이는 자신이 대체적으로 사랑할 수 없는 모든 새로운 것을 정당방위하는 입장에서 생활하며 그러면서 매번, 아니 할 수 있는 한 여러 번 불필요한 죄를 범하기도 한다. -Ⅱ권 1장 161.


 너무 빨리 서두르려 조바심낼 젊음에게 충고해 주기도 한다.
  너무 이르지 않게―너무 빨리 날카로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왜냐하면 그와 동시에 너무 가늘어져버리니까 -Ⅱ권 1장 267.


 요즘 들어 더욱 인간관계로 골머리 앓는 친구에게 도움이 될 법한 말을 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호의에 대한 불만 ―우리는 흔히 우리에게 밝혀지지 않은 친절을 대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것은 우리를 불쾌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들이 우리를 충분히 진지하고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Ⅰ권 6장 337 中.


 냉혹한 사회에 거부당해 더 이상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지 못하고 주저하는 청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 준다.
  앞으로 나아가라 ―그러면 확실한 발걸음과 신뢰를 가지고 지혜의 길로 나아가라! 네가 어떤 존재이든 스스로 경험의 샘이 되어 너 자신을 도우라! 너의 본질에 대한 불만을 던져버리고 네 자신의 자아를 용서하라. -Ⅰ권 5장 292 中.



  니체는 미친 사람이다. (실제로 말년에는 완전히 미쳐서 여동생과 살았다.) 하지만 미친 사람의 글은 똑바른 생각을 가진 정상인의 글 보다 우리를 더 위로해 주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건 아마 우리도 어딘가 한 구석은 미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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