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해만큼 멀어진 꿈을 찾아서
35해만큼 멀어진 꿈을 찾아서
  • 김수경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창작지원팀장
  • 승인 2012.06.1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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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다섯.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지 않으면 후퇴하는 것과 다름없고 속도를 올리자니 ‘이 산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명현우 감독의 <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이러한 의심 앞에 인생 제2라운드를 선택한 조금은 오래된 청춘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직장을 그만 두고 미국행을 선택한 병수의 출국과정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 여전히 꿈을 쫓는 아지와 꿈을 이루기 위해 별 수 없이 생계전선에 뛰어든 관욱의 삶을 병치시킨다. 사회생활 초년기를 구조적 불평등과 불경기의 그림자 속에 살아온 삼십대 중반의 인물들은 생계와 꿈 사이에서 인생 재조직을 꿈꾸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서른이 넘으면 비교적 안정된 기반과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사회로부터의 거절과 탈락의 경험만이 통장의 잔고처럼 켜켜이 쌓여 자신감도 줄어만 간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도와 노력을 강요당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들은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공항으로 가려한다. 반미와 반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개념탑재 젊은이들이 이상과 꿈의 실현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땅이 미국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처한 현실만큼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

다큐멘터리 <공항으로 가고있다>의 한 장면

  공항은 미국행의 물리적 관문임과 동시에 여기, 지금과 다른 삶을 꿈꾸는 미래로의 출구이다. 하지만 이 역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 아니다. 번번이 발급을 거부당하는 미국행 비자처럼 최선을 다한 시험에서의 계속되는 낙방과 불안정한 노동 조건 속에서 반복되는 열정의 강요가 굳게 닫힌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때문에, 탈출을 위한 시도는 경로를 수정해가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도와 실패가 쌓여가며 더욱 단단해지거나 혹은 더욱 무감각해질 그들의 싸움은 미국행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시도만으로도 아름답다.  

  쓴맛, 단맛 다 본 이들의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탄식은 스무 살의 그것과는 다르게 호기롭거나 떠들썩하지 않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집요하게 파헤치거나 추적하는 대신 그냥 거기에 있거나 오히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버린다. 구조와 시스템에 균열을 내거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포부는 애초에 있지도 않은 듯하다. 일관되게 무덤덤하고 자조적인 어조로 진행되는 <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요란하게 내색하진 않지만, 한 번 뱉어내는 한숨의 농도가 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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