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의 규범적 의미와 동북아 경제협력의 과제
FTA의 규범적 의미와 동북아 경제협력의 과제
  • 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2.06.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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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오랫동안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의 회원국으로 다자무역 규범을 존중했다. 그러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페루 등과 FTA를 체결했고, 최근 한-중 FTA 협상까지 시작하면서 ‘지역주의(Regionalism)’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FTA 체결을 위한 근거와 요건 


  국제사회에서 국가가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WTO 회원국들은 FTA를 체결하는 경우 상품무역에 관하여 제네바관세협정(GATT) 제5조, 서비스 무역에 관하여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제5조를 충족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1979년 도쿄라운드에서 합의된 허용조항(Enabling Clause)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FTA를 체결하는 WTO 회원국은 제3국과의 역외 무역에 적용되는 관세 등의 수준을 이전보다 높일 수 없으며 당사국 사이의 관세 및 기타 규제가 실질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철폐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체결된 FTA의 내용을 즉시 WTO에 통보해야 한다.

  FTA를 체결하기 위해선 국내법적 근거와 요건도 구비해야 한다. 한국에서 FTA와 같은 조약이 국내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체결과 비준, 그리고 의회의 동의 등 절차가 필요하다. 요건이 충족되면 곧바로 국내법이 돼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기존의 국내법 기준과 FTA의 기준이 다르면 특별법/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서 FTA의 규범 기준이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FTA는 그 자체가 국제경제규범이면서 직접적으로 국내규범이 된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도 여러 분야와 융합돼 국내규범을 변화시키며 그것이 여러 가지 국내외 규범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환경과 노동 등의 분야에서 FTA를 통한 시장개방과 함께 관련 당사국들의 규범이 국내법질서에 적용되며 국제사회의 규범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국제개발원조와 협력분야에도 FTA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보는 규범들이 FTA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정책의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한국의 FTA 현황 (출처 : 조선일보)

  한중일 FTA의 영향
  한국의 FTA 정책은 이웃국가에 영향을 주거나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도 FTA라는 전 세계적 흐름을 따르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과 함께 FTA 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도 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오랫동안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지해오던 정치적 위상에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교적으로 수비적 FTA 정책을 유지해오던 일본이 최근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FTA 정책에 자극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TA라는 새로운 무역환경 조성을 위한 조약체결은 동북아시아 안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만약 한중일 사이의 경제적 유대관계가 강화된다면 EU 또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하 NAFTA)과 견줄 수 있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경제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3국 사이의 경제의존도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북한과 한반도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이 체결한 대부분의 FTA는 개성공단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적합하게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중일 3국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구상하는 것이 바로 3국간 FTA 체결이다. 이른바 ‘한중일 FTA’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3국간 직접협상을 통한 ‘하나의 FTA 만들기’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중 FTA’ 또는 ‘한-일 FTA’와 같은 양자 간 FTA 체결 후 서로 결합하거나 다른 국가가 참여하는 NAFTA 체결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활발하게 논의되는 ‘ASEAN + 3’ 구상에서 한중일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범 동아시아’ 경제협력체로 한중일이 포함되는 방법도 있다.

지난 5월 14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출처 : SBS뉴스)


이와 같이 FTA는 국가의 전체적 생산량 증가에 도움을 주는 ‘규범적 인프라(Legal Infrastructure)’이다. 또한 정치적인 영향도 크기 때문에 한반도 안정과 통일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FTA가 가지고 있는 산업별 부정적 영향과 국내규범에 대한 충돌위험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FTA 정책과 한중일 경제협력관계는 조심스러운 면과 보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FTA의 규범적 평가와 함께 정책과의 조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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