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입니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2.08.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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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본 적이 언제일까. 공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머리 위에서 항상 빛나고 있는 별의 의미와 존재를 잊고 산다. 어쩌다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신비롭기도 하고 가보고도 싶지만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 하지만 별은 우리 인간의 본질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며, 수없이 많은 별과 얘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다는 김지현 씨. 그의 삶에 길잡이가 되어줬던 ‘별 이야기’와 우리의 근원과 별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인지 들어봤다.

 

비교적 공해가 덜한 시골이나 지방이 별 관측에 더 유리할 텐데, 도심에서 ‘별 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도시에서는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열악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발견하게 된다면 느낌이나 울림이 더 강해지겠죠. 밤하늘과 가까워지기 위해 첫 번째로 만나야 될 별은 제일 밝은 일등성입니다. 길잡이 별이라고도 하죠. 도시하늘에는 일등성만 보입니다. 별이 쏟아질 정도로 많이 보이는 곳에서 ‘별 보기’의 첫걸음을 시작한다면 그 많은 별 가운데서 길을 잃기 쉽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시하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이지요.

 

별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별을 통해 어떤 상상력을 이야기하고 싶으셨나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상상이 가능한 것 같아요. 만약 별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을 겁니다. 즉 천문학적 단위의 시간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수백억 년 후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공간에 대한 상상도 우주만큼 넓어졌습니다. 별을 몰랐다면,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난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을 관측했을 때의 전율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여곡절 끝에 천체망원경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엔 별을 봐도 그 별이 무슨 별인지 잘 몰랐어요. 그 당시엔 컴퓨터가 없어서 신문과 뉴스, 잡지를 통해 별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사이에 밝은 별이 하나 떴는데, 여러 자료를 취합해봤을 때 토성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망원경으로 좁쌀만한 토성의 주위를 감고 있는 고리를 본 순간, 전율을 느꼈습니다. 마치 제가 처음 토성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어요. 그때 그 순간이 제 삶의 길을 열어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별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천문학 계통이 아닌 물리학을 전공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로 물리학자가 되야겠다고 다짐했고, 이것이 신념으로 굳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별들을 늘 가까이서 지켜보며 살겠노라 마음먹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해야겠다는 갈등은 없었습니다. 물리학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어떠한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는 학문입니다. 물리학이 별과 우주와 더 깊이 만나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했죠.

 

대학생 시절,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회장으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회장이 되어서 전국의 ‘천문 동아리’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까지 전국투어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동시대에 살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또래를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얼핏 책에서 본 아름다운 망원경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별꿈이’를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별꿈이’는 국내 유일한 황동망원경으로 잘 알려져있는데요, 제작기간도 1년이 걸리셨다고요?
  별을 보며 우주와 만나면서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망원경을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멋진, 최고의 망원경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별꿈이는 황동이라는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황동을 잘 닦으면 황금처럼 빛이 나지만, 비에 젖으면 금방 변색이 됩니다. 야외에 전시돼 있다 보니 아쉽게도 황금색으로 빛나는 망원경을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답니다. 하지만 10년이 더 지난 지금,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변색된 망원경도 맘에 들어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망원경은 누구나 다 갖는 ‘눈 망원경’입니다. 눈 망원경 렌즈(눈동자)의 지름은 7mm이고 배율은 1배입니다. 아주 크고 정교하며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진 천체망원경으로 수십 년 동안 별을 관찰해 온 별 전문가들도 “눈으로 보는 별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곤 합니다.

 

책이나 강의를 통해서 “별을 직접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별을 보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나요?
  별의 존재를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늘 별과 만나고 있습니다. 바로 태양입니다. 태양으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선물 받고, 시간의 흐름을 깨우치며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주요 원소가 25가지 정도 된다고 합니다.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이 원소들은 별의 최후 단계에서 별빛을 퍼뜨리면서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별 부스러기 속 원소들이 뭉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만들어졌고 비로소 인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고민, 갈등, 고통, 불안, 두려움의 감정들은 나와 주변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의 기운으로 봤을 때 나와 남은 다르지 않고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면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도심에서 육안으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별자리는 무엇이 있나요?
  가을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페가수스자리를 아시나요? 페가수스 자리의 밝은 네 개의 별을 ‘페가수스 사각형’이라고 합니다. 페가수스 사각형의 왼쪽 두 별을 동양에서는 ‘하늘 도서관자리’라고 부릅니다. 전설에 따르면, 도서관자리별이 어둡게 보이면 세상에 책이 사라지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밝게 보이면 도서관으로 책이 많이 모이고 책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의로운 이들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덕성인들이 가을하늘 아래 하늘도서관의 밝은 두 별을 맞이하면서 좋은 책을 많이 읽으시길 바랍니다.


[간단코너]
북두칠성과 망치별자리 이야기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쇠 부자 할아버지와 엉터리 목수가 살았습니다. 가뭄이 들자, 식량을 구하지 못한 엉터리 목수는 구두쇠 할아버지를 찾아가 쌀을 좀 빌려달라고 했으나 구두쇠 할아버지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굶고 엉터리 목수는 구두쇠 할아버지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구두쇠 할아버지에게 쌀을 얻는 대신 허름한 집을 아주 멋진 집으로 고쳐드리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구두쇠 할아버지는 승낙했고, 목수가 열심히 집을 짓는 동안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구두쇠 할아버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어 젖혔으나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기둥의 높낮이가 제각각이고,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지붕 위 기와는 아슬아슬하게 얹어져 있었습니다.
  구두쇠 할아버지에게는 성미가 급한 아들이 한 명 있었습니다. 화가 난 아들은 목수가 쓰던 나무망치를 들고 목수를 쫓아갔습니다. 엉터리 목수는 허둥지둥 도망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구두쇠 할아버지는 아들을 말리러 아들의 뒤를 쫓습니다. 그들은 곧 하늘로 올라 북두칠성의 꼬리가 되었고, 아직도 진땀을 흘리며 뛰고 있는 중입니다.
  7개의 별로 이뤄진 북두칠성을 차례로 보면 엉터리 목수, 큰 아들, 구두쇠 할아버지 순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삐뚤빼뚤한 사각형(국자모양)은 기둥의 높낮이가 제각각인 집을 의미합니다. 아들 별 옆에는 짝별이 있는데, 이 작은 별이 바로 망치별입니다. 아랍에서는 과거에 이 별을 병사들의 시력을 측정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아들 별과 망치별이 하나로 합쳐져 보이지만, 시력이 좋은 사람은 아들 별과 아주 가까이 있는 망치별을 구별할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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