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다
공연,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다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2.09.1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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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열린 하콘에서 이지연의 12인조 재즈오케스트라가 공연하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

  "좋은 공연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
  저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학창시절, 누군가는 친구들과 집에 모여 기타를 치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집에서 콘서트가 열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20년 뒤, 그 꿈은 정확히 실현됐다.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는 어린 시절 꿈꿨던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 일명 ‘마룻바닥 콘서트’를 잊지 않고 이뤄냈다. 우리집 마룻바닥에서 콘서트라니? 그 모습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진 않는다. 실제로 초창기 주위에서 적잖은 우려와 회의를 보내왔다고. 그는 “격식 있는 무대만 고집하는 연주자들과 하우스 콘서트(이하 하콘) 같은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정집에서 ‘콘서트’가 열릴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조금의 손길이 필요했다. 하콘 초창기, 그는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을 콘서트에 맞게 개조해 작업실 및 공연 공간을 마련했다. 지금은 도곡동에 위치한 레코딩 스튜디오로 위치를 옮겼다.

  소규모 공연으로 출발한 하콘은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일 하우스의 문을 두드린 321번 째 손님은 ‘이지연의 12인조 재즈 오케스트라’ 팀이었다. 박창수 씨는 공연 시작에 앞서 “하우스콘서트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편하게 앉으시라고 방석을 준비하긴 했지만 마룻바닥의 울림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잠시 방석을 치워두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30여 평의 작은 레코딩 스튜디오에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는 보이지 않았다. 연주 시작 전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엔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공연 재밌게 보셨나요? 곧이어 와인파티가 열립니다. 저희가 준비하는 동안 잠깐 바람을 쐬고 오셔도 좋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그곳에서 바로 작은 와인파티가 열린다. 관객과 연주자는 함께 어울리며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아예 마룻바닥 위에 둥글게 모여 앉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대화 주제는 그날의 공연이다.

  도곡동의 특별한 마룻바닥 위에 서기 위한 자격은 무엇일까? 박창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제 인맥으로 연주자를 섭외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콘 초반에는 거절도 많이 당했었고,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도 했죠. 저는 이미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는 것 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좋은 실력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콘 초창기, 다소 튀는 아이디어에 아티스트들은 섣불리 이 무대에 서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섭외하려 하지 않아도 전에 거절했던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먼저 연락을 해 오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는 좋은 아티스트들을 찾아내서 알리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그간 하콘를 찾은 아티스트들을 되짚어 보면 가수 강산에, 피아노 거장 외르크 데무스를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부터 대중에겐 익숙치 않은 인디음악가까지 다양하다. 박창수 씨는 “간혹 의도적으로 아마추어 단체를 섭외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프로들보다 더 진지한 자세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콘은 어느 한 장르에 치중하지도 않는다. 오늘 재즈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했다면 다음엔 크라잉 넛과 같은 락밴드가 하콘을 찾을 수도 있는 것. 관객들은 늘 하콘의 ‘초이스’에 감탄하곤 한다.

하우스콘서트의 주인장 박창수 씨

  하콘에는 입장료 대신 ‘회비’가 있다. 박창수 씨는 “하우스콘서트는 입장 제한이 없다”며 “언제든 부담 없이 오실 수 있고,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비상업적인 공연이므로 굳이 ‘입장료’ 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회비는 일반 2만원, 고등학생 이하는 만 원이다.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수준과 공연의 질을 따졌을 때 절대 많은 액수는 아니다. 기업과 단체의 후원 없이 꾸려지는 하콘은 그 탓에 늘 적자다.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애시당초 이렇게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와 우리 스태프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과 관객들 모두가 만들어 내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인 만큼 더 좋은 공연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 저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하우스 콘서트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에 박창수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제까지고 계속 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하우스콘서트가 생기고 더욱 나은 문화가 정착되면, 그땐 관두고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죠.”



 

길거리 게릴라 콘서트, 버스킹!

 "아티스트가 직접 만드는 무대, 버스킹은 소통이고 자유다"

  어깨에 자기 키만한 기타케이스를 걸치고 양 손엔 짐이 한 가득이다. 그들은 조용히 거리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손에 기타를 쥔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주위로 모이기 시작하면 거리는 금세 아름다운 음악 소리로 메워진다.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악사들 ‘버스킹 밴드’다. ‘버스킹(Busking)’은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 ‘버스크(Busk)’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말로 쉽게 말해 ‘길거리 공연’이다.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친절한’ 음악가인 것. 여기서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을 ‘버스커’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에게 때와 장소는 중요치 않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악기를 손에 쥐는 순간 그곳이 곧 어느 예술회관 못지않은 훌륭한 무대가 된다.

저녁 8시,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길거리 공연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만큼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길거리 공연이다. 최근엔 ‘버스킹’이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여느 때보다 활기를 띄고 있다.

  영화, 드라마 등 대중매체 소재로서의 ‘버스킹’도 그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2007년 개봉된 영화 <원스(Once)>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음악 이야기를 다뤘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영화는 버스킹 문화를 대중에 알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일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이 있다. 이름부터 ‘버스커’인 그들은 인기를 얻은 후에도 버스킹 공연을 이어나가는 등 버스킹 문화는 물론 ‘버스킹’이라는 용어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고 없이 찾아간 평일 홍대 거리에서 역시나 쉽게 ‘버스킹’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버스킹은 조금 특별했다. 한국 어쿠스틱 기타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타리스트 천상혁 씨가 직접 거리공연에 나선 것. 어떤 행인은 그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했다. 길거리 공연을 즐기는 지인의 소개로 길거리 공연을 시작했다는 천상혁 씨는 “독주회가 일방적인 느낌이라면 버스킹은 소통하는 느낌이다”며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가 좋아 종종 홍대 길거리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길거리에는 정말 좋은 음악이 많다. 가요도 좋지만 대중들이 길거리 음악가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접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한 관객이 천상혁 씨에게 음료수를 건네고 있다.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 중인 레게밴드 '모운'
  아티스트에게 버스킹은 작은 ‘일탈’이다. 관객과의 경계가 허물어진, 관객과 눈높이를 같이하는 거리에 서 아티스트들은 희열을 느낀다. 지난달 홍대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버스킹 공연을 펼친 레게 밴드 ‘모운’의 보컬 자메이 씨는 “버스킹 공연은 아티스트가 직접 만드는 공연이라 더욱 의미있다”며 “인디아티스트에게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버스킹의 매력이 바로 그 점이다”고 전했다. 버스킹의 인기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평소 버스킹 공연을 즐겨본다는 양혜린(문헌정보 2) 학우는 “버스킹은 생각치 못한 공간에서 만나는 즐거움이다”며 “버스킹 공연을 보면서 좋은 아티스트들을 많이 알게 됐다. 버스킹의 인기가 높아져 관객에게는 양질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 같다”라고 버스킹의 인기에 반색을 표했다.

  오늘도 버스킹은 홍대, 대학로 등 젊음의 공간에 소리없이 찾아온다. 예고 없이 방문하는 거리의 악사들, 그게 바로 버스킹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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