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함께하는 여행
  • 류지아(문헌정보 2) 학생칼럼단 위원
  • 승인 2012.09.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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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친구끼리 여행을 가면 남남이 되어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우리 가족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야박한 편이다. 밖에서 남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항상 가족 내부에서 풀곤 하는 스타일인지라 집이 조용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우리 가족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우리 아버지가 참 좋아하신다. 어렸을 적에는 주말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국내 각지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나 점점 머리가 크고 언제부턴가 주말여행이 너무도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행장소를 정할 때도, 여행지에 가서도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버지의 강압적인 여행방식에 질려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서로에게 야박하고 신경질적인 우리 가족이 주말마다 뭉쳐 다녔으니 시한폭탄이 따로 없어 여행 내내 긴장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도 굉장히 피곤했다. 부모님 눈에도 오빠와 내가 점점 여행에 지쳐가는 것이 보였는지 자연스레 우리 가족은 주말여행을 다니지 않게 됐다.

  그렇게 몇 년을 조용히 보내다가 작년, 우연히 기회가 닿아 태국으로 가족 배낭여행을 가게 됐다. 오랜만에 가게 된 가족여행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강압적인 아버지, 항상 투덜거리는 오빠와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저 귀찮고 짜증나는 가족여행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어린 날 다녔던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다들 제 몸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는 상황에서도 외지에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더 단단하게 뭉쳤다. 이견 조율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에서도 재미를 느꼈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법을 알게 됐다. 아무리 싸우고 화내도 가족은 결국 가족일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올해 또다시 울릉도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됐다. 지난 태국여행에서 깨달은 것들이 많았던 덕분에, 이번엔 시작부터 지난 여행들과 달리 참 반가운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은 종종 여행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준다. 여행이 내게 준 깨달음의 선물은 ‘함께’라는 의미였다. 함께하는 여행은 ‘나’와 ‘당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엉켜있던 실타래를 풀게 만든다. 함께하는 여행은 서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서로의 진실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여행이다. 고로, 함께하는 여행을 두려워하지 말자. 친구끼리 여행을 가서 남남이 되어 돌아오면 어떠한가. 진정 인연이라면 다시 친구의 자리로 되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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