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북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북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2.09.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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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티스트, 홍승희

 

 

  이제 책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 외에 감상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책의 내용을 담은 삽화를 비롯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차원을 펼쳐내는 팝업북, 형상이나 문자만으로 구성된 책 등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기존 형식을 빌린 책과 미술의 만남은 ‘북아트’라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북아트는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얻고 있다.

  디지털 문화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 북아트라는 분야의 중심에서 직접 책을 기획하고 제작함으로써 책의 가치를 높이고 희소성을 복원하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북아티스트이자 북아트연구소 <책다움>의 홍승희 대표다. 그녀에게 우리 일상과 가깝고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한 북아트의 매력,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북아트가 하나의 예술장르로 정착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북아트’라는 장르는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래픽디자인은 제 생각대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디자이너의 의견보다 고객의 의견이 더 중요하게 반영되곤 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북아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습니다. 화면에 비친 책은 단순히 책이 아닌,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어요. 우리는 보통 사각형 형태의 흔히 볼 수 있는 책 형태만 떠올리잖아요. 북아트는 제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2009년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선보인 <나무 숲을 이루다>라는 작품은 책 한 장 한 장이 모여 숲이 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활동을 해오셨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물론 제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초기작품은 어설프고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나무 숲을 이루다>는 회화를 북아트에 접목한 첫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먼저 아크릴로 나무를 그리고, 나무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여러 겹을 포개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책을 ‘터널북’이라고 해요. 책 한 장엔 나무 한 그루밖에 보이지 않지만 여러 장이 모여서 숲을 이루게 됩니다. 저에게 책은 평면도 입체도 아닌, 제3의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님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철학이나 주장이 있다면?
  요즘엔 ‘밤 거리’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립니다. 흔들림이 있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보는 밤 거리요. 제가 홍대 근처에서 살다보니 자주 접하는 광경이기도 해요.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엔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 다음날이면 허무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화려한 불빛 속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혼란스러움과 고독, 상실감과 결핍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중인 북아티스트 홍승희 씨

 

  북아트를 제작할 때 기획과정이 반이라고 할 만큼 작가의 기획력이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경우는 어떤지요?
  기획 자체가 북아티스트의 작품관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와 그것을 담는 그릇인 북아트의 형식이 잘 어우러질 때 좋은 책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고심해서 고안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작품의 의도와 책의 메시지가 조화를 이룰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기획력 외에 북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나 자질이 있을까요?
  북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우선 북아트에 대한 기본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예술가적 감성도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북아트는 다른 아트에 비해 접하기 쉽습니다. 종이를 간단하게 접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림이나 글로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어요. 따라서 북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질이나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북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던 사람, 메모를 꼼꼼히 하는 사람처럼 평소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쉽게 북아트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북아트 관련 논문에서 ‘북아트는 공예적 차원의 예술이 아닌, 소통 가능성이라는 책의 가능을 실현하고자 하는 예술이다’라는 구절을 봤습니다. 논문에서 언급된 ‘소통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북아트라고 하면 노트만들기로 널리 인식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러한 실용예술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북아트가 선보일 수 있는 영역은 훨씬 더 넓습니다. 순수예술적 차원에서 책을 통해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고, 진실을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대중과 소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출판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의 출현으로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이러한 세태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디지털 문화의 발전으로 아날로그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미디어의 발전으로 무엇이든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수록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는 점점 커질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여전히 전자책보다 직접 만져보면서 느낄 수 있는 책을 더 선호하고 큰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세태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디지털 문화의 발전으로 아날로그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미디어의 발전으로 무엇이든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수록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는 점점 커질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여전히 전자책보다 직접 만져보면서 느낄 수 있는 책을 더 선호하고 큰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디지털 문화의 발전으로 아날로그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미디어의 발전으로 무엇이든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수록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는 점점 커질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여전히 전자책보다 직접 만져보면서 느낄 수 있는 책을 더 선호하고 큰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북아트 제작 과정을 소개한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어서 누구나 북아트 작품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북아트의 상업성과 대중성에 대한 우려는 없으신가요?
  북아티스트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상업성과 대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아티스트를 직업으로 삼기 힘든 이유 중에는 아직 우리나라엔 북아트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고 구입하는 컬렉터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매 수익으로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북아트 작품의 소장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북아트 무료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북아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북아티스트들의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린이 북아트가 교육적 가치가 크다고 인정받아, 개정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어린이 북아트가 교육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북아트를 하나의 커다란 그릇이라고 본다면 그 안에 과학이나 역사, 예술 등 어떠한 내용이든 다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북아트를 통해 학습적인 내용을 전달하면 아이들의 이해가 훨씬 더 빠르고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고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교육의 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만큼 북아트의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교육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아이의 생각도 표현될 수 있습니다. 책에 어떤 내용을 다룰지 기획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아트에 관심 있는 학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간단한 카탈로그나 도록, 초대장도 책의 다양한 형태를 알고 만들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책의 여러 형태를 안다면 좀 더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 유아교육이나 초등교육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북아트를 배우면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선생님들이 북아트를 배우고 있고, 방과 후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책을 다운로드해서 받아볼 수 있는 세상. 이러한 디지털 시대 속에서 손수 시간과 품을 들여 자르고 꿰매고 붙여 완성한 북아트를 통해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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