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영어교육인가
무엇을 위한 영어교육인가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2.09.2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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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어린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할수록 더 빨리, 더 잘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연 사실일까. <EBS 다큐프라임-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는 조기영어교육 맹신의 문제점을 실험을 통해 지적한다.

   어린아이일수록 언어 습득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은 흡수력으로 어휘를 기억해, 말을 하기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타인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뛰어난 언어 습득력은 공부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 하는 암묵적 학습 상태에서만 빛을 발한다. 다큐는 중국어를 처음 접하는 대학생 실험군과 유치원생 실험군에게 같은 기간,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교사에게 중국어를 학습시키고 어느 집단의 성취도가 더 높은지 관찰했다. 결과는 대학생의 압승이었다. 발음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의 성취도는 대학생들보다 낮았다. 이는 아이들에게 경이로운 언어적 재능이 있다 해도 모국어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국어 습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들이 발음만큼은 월등히 높은 성취도를 보인 것으로 보아 조기교육이 발음습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어민 같은 발음을 위해 모든 아이들에게 조기영어교육을 시켜야 하는가.

다큐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의 한 장면.


  여기서 다큐는 영어의 유창성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꼬집는다. 자녀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부모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한국어처럼 유창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원어민들이 한국인의 영어실력을 평가할 때 중시했던 것은 발음의 유창함이 아니라 말의 내용이었다. 다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을 예로 들었다. 한국인 실험자들과 영어권 외국인 실험자들에게 영어연설을 들려준다. 실험자들은 연설자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것을 모른 채 연설을 듣고 평가를 한다. 그의 발음은 뻣뻣하고 유창하지 못했으나 외국인들은 훌륭한 연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는 발음보다는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신의 의사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영어를 익히는 가장 큰 목적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듣는 이가 중시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발음에 집착하는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영어라는 신기루를 쫓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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