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정말 원수일까?
술이 정말 원수일까?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2.10.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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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음주인구의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대학 엠티, 직장 회식 등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술은 빠지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좋은 윤활제가 되는 동시에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는 술. 이렇듯 두 얼굴을 가진 술은 바람직한 인식을 바탕으로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음주와 사회문제
  매년 3월이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술 때문에 사망한 대학생의 뉴스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회식자리에서 과음을 한 여성이 귀갓길에 사고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공무집행 방해의 76%가 취객이라는 통계 또한 지나친 음주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준다. 지나친 음주는 가정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아내나 남편,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의 59.1%는 음주상태였다.

  강력범죄 또한 음주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술과 범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통계는 해마다 쏟아져 나온다. 조선일보와 경찰청의 분석에 의하면 근 4년간 발생한 살인사건의 37.9%(7,071건 중 2,682건), 강간의 38.5%(6만 6,806건 중 2만 5,722건), 폭력의 35.5%(227만 6,987건 중 80만 8,829건)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났다. 음주 후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9살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의 범인 조두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은 범죄 당시 음주를 한 상태였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출처 : MBC)

음주에 대해 엄격해지는 법적 규제
  이처럼 음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면서 음주에 대한 법적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초·중·고교, 대학교, 청소년 수련 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음주 및 주류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 술을 마시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학교 내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개정안은 학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25일에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이 집회에서 청년대선캠프 소속 대학생들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술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통해 대학 내 음주금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의 호평을 받고 있는 법안도 있다. 형법 제10조 2항에 대한 개정안이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조항으로 음주범죄 감형의 근거가 돼왔다. 그러나 올해 9월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이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자의 행위는 위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음주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의 감형을 막는 위 개정안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책임감 있는 음주 운동의 로고

바람직한 음주문화의 정착을 위해
  적은 양의 음주는 쾌감조절중추를 자극해 스트레스,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자제력과 통제력 상실을 유발해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 있므로 경계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건전한 음주문화로 꼽히는 것이 책임감 있는 음주(Enjoy Heineken Responsibly)다. 책임감 있는 음주란 자신의 적정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시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다. 한국 음주문화 연구센터 장기훈 연구원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첫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주관련 교육이다. 청소년의 음주경험이 50%에 달하는 지금도 중·고등학교에서는 올바른 음주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잘못된 음주문화에 노출되고 이를 그대로 답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둘째, 제도의 개선이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근 3년간 7명의 대학생이 음주로 인해 사망하는 등 음주로 인한 다수의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대학 내 지나치게 허용적인 음주문화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셋째, 올바른 회식문화의 정착이다. 주량을 초과하는 음주를 하거나 술을 못하는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하지 않고 직장생활에 있어 불이익을 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에서 시작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식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흔히 “술이 원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술의 탓이라는 듯한 그 말은 책임을 회피하는 좋은 구실이 된다. 술이 원수라는 말로 책임을 외면하려 할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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