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2.11.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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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단 한 곳뿐인 여성 전담 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영화 <하모니>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이곳에는 현재 640여 명의 여성 수용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틀에 맞춰진 삶만이 허락되는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은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아간다. 다큐 <청주여자교도소 72시간>은 청주여자교도소 재소자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교도소의 하루는 새벽 4시 취사장에서 시작된다. 쉬는 날 없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남자도 들기 힘들다는 40kg의 쌀가마니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도 취사반의 몫이다. 그래서 취사장 작업은 모두가 꺼려하는 작업 1순위로 꼽힌다. 취사 담당 수감자들은 “어머니로서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를 참회하는 심정으로 매일 밥을 짓는다“고 털어놓는다.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아침 8시가 되면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미용이나 제과제빵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직업 훈련을 받거나, 수당을 목적으로 자동차 부품과 봉제 공장에서 일한다. 작업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행형급수를 높일 수 있다. 행형급수가 높을수록 형량은 줄어들고 가족과 전화통화 할 기회도 늘어난다. 재소자들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교도소지만 작업장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빨리 지나간다”고 말한다.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수용자들은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 재소자는 수감생활 13년 만에 가족들과 특별한 1박 2일을 보낸다. 모범수에게는 교도소 내 가족면회소라고 불리는 펜션식 주택 안에서 하룻밤을 가족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딸을 품에 안은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부모님께 손수 지은 밥을 대접하고 싶었던 딸의 소원이 이뤄지는 데 꼬박 13년이 걸렸다. “밖에 나가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애”라고 수줍게 대답한 20대 또래 재소자에겐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때의 잘못으로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용자들. 그들에게 사회는 더 이상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바깥세상이 돼버렸다. 담 넘어 세상에는 그들이 남겨 두고 온 가족과 사랑, 그리고 청춘이 있다. 인생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또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것은 수용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온가족이 마주앉아 함께하는 식사, 가고 싶은 곳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 우리에겐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이지만 그들에겐 10년 이상의 수감생활을 견디게 해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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