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학문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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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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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하며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대에서 살벌한 학점 경쟁을 하는 학생들은 이런 ‘지적’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읽기 과제를 내어 주어도, 읽어온 것을 전제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안타깝다. 우선 장거리 통학생이 많다. 하루 3-4시간을 통학에 시달리면 무슨 의욕이 생길 수 있을까? 또 학비와 용돈마련을 위해 ‘알바’를 하는 학생도 다수다. 아침, 저녁으로 현실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읽기나 쓰기 과제의 짐까지 얹어 주기가 미안해진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힐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멘토의 말은 잠시나마 위로를 준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프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은 최근 패러디를 양산하며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된 것 같다.
  필자는 값싼 위로 대신, “학문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외치고 싶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곳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이러한 이론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어떤 논리를 통해 그 이론이 나온 것인지, 학자가 고민했던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대학에 와서도 그저 교재와 필기를 열심히 외워 시험을 보는 행위는 고등학교 시절의 공부와 다를 바 없다.

  ‘인강’ 세대여서 일까? 학생들이 작성한 강의평가엔 ‘강의력 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오곤 한다. ‘강의력’이란 아마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 같다. 물론 ‘강의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문활동은 지식을 쉽게 전달받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문활동은 기존 생각을 비판하며, 나만의 새로운 주장을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하는 행위이다. 어려운 텍스트를 읽으며, 나름대로 비판을 함에 따라 학문활동이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이 정리해준 내용은 시험이 지나면 잊혀진다. 그러나 직접 텍스트와 씨름하는 훈련은 두뇌 근육을 키운다. 그렇기에 고전을 한 줄 한 줄 내 힘으로 해독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에서는 나의 아둔함을 탓하지 말자. 이는 오히려 좋은 비판거리가 된다. 나만의 학문적 직관이 바로 그 대목에 대한 성찰에서 생겨나곤 한다.

  학교에 머무는 동안에는 퍽퍽한 현실이나 ‘잉여’의 권태로움을 잠시 잊고, 지적 거인들과 ‘맞장’을 떠보자.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지는 않은 고전에 도전해,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고 나만의 문제의식을 키워보자. 대학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텍스트를 힘들게 읽으며 비판을 통해 내 목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얻는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이 과정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키워진다. ‘스펙’은 나의 일부만을 말해줄 뿐이지만, 학문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나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의 내공은 평소 태도에서, 자기 소개서에서, 면접장에서 나만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에도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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