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 향기가 있는가?
나의 삶에 향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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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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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도 매일같이 나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형상들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과 소리로 다가온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있는 교정, 길을 거닐 때 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 그리고 청명한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나의 삶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저 새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어제 보았던 단풍나무의 색이 오늘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조용히 그 아름다운 광경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 감성이 뜨거워지고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미술을 하는 나에게 이와 같이 변화하는 모습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욱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기를 유발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 광경이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올까?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나를 놀라게 한다. “아!  그거요!” 그냥 피식하고 한번 웃는다. 과제하느라, 학점 관리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머리를 아래로 숙인 채 움츠리고 걸어오거나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며 걸어오는 모습들을 많이 목격한다. 주변의 변화하는 모습들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살아있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몸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느끼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매일같이 새롭게 변화하는 살아있는 현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풍부한 감성이 풍부한 사고를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학문의 길도 ‘~때문에’ 혹은 ‘~를 하기 위해서’와 같은 거시적인 목표나 사명감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즐거운 욕구에서 출발해야한다. 이는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소개되는 가수 싸이처럼 스스로가 신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회는 원대한 정책과 새로운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제일로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해나갈 때 저절로 다가온다. 그러기 위해 때로는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념, 신념, 가치관을 버리고 주변의 살아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리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 보자. 그것이 젊은이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토요일, 서울 성곽 길을 둘러보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모된 성곽의 돌들과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아름다운 광경은 나를 매료시켰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순간의 인상을 가슴에 담기 보다는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종의 또 다른 소유욕은 아닐까? 갖고 싶은 것이다. 일단 내 카메라에 저장되면 마치 내 것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면 된다. 가지려 하지 말고 살아있는 현상에 집중하자. 바라보는 그 순간의 바람소리, 낙엽소리, 청명한 가을 하늘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아름다운 낙엽이 채 가시기 전에 교실에서 나와 가을을 만끽하자. 그리고 스스로 질문해 보자.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행복한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을 끊임없이 하는 자가 행복한 자이고 그들에게선 삶의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젊은이여 그대의 삶엔 향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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