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학술문예상 소설·희곡 심사평>
<제38회 학술문예상 소설·희곡 심사평>
  • 신지영(독어독문) 교수
  • 승인 2012.11.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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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덕성여대신문사 학술문예상 <소설과 희곡> 부문에는 5편의 단편과 1편의 희곡, 총 6편이 응모됐다. 응모작들은 소재와 주제 면에서, 젊은 여주인공의 진로를 둘러싼 가족과의 갈등이나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통증>과 <광대를 위한 발라드>는 진로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이 스테이플러 자학과 사랑니의 통증으로 표현되는 약간은 유사한 이야기들이다. 두 단편은 갈등구조가 선명하지 않고 주변인물 설정이나 이미지 사용이 방만해서 좀 더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치밀한 서술이 아쉬웠다. <Ethereal>과 <그 봄날에 내렸던 봄비를 기억해>는 사후세계와 광주항쟁이라는 조금은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들로 캔 커피와 봄비라는 일상의 작은 것들을 사랑의 코드로 설정했다. 사랑의 장애요인이 공간 속에 이미 들어있어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졌고 지나치게 단선적이거나 지나치게 복잡한 서술방식도 약점이었다. <Ethereal>은 순차적인 이야기 진행으로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소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 봄날에 내렸던 봄비를 기억해>는 현재와 과거의 여러 시간을 오가면서 서술함으로써 시간구성이 복잡했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점의 변화도 필연적이지 못했다.

  반면 가작 <뫼비우스의 띠>는 잘 짜인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성적압박에 시달리는 수험생이 클리닉의 실수로, 남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한 갈등들을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안과 밖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시키는 이러한 내용상의 순환을 이야기의 첫 장면과 끝 장면을 연결시키면서 형식상의 순환과 일치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일상적인 언어의 사용, 나아가 괴이하게 변해가는 주인공의 내면에 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일상적으로 머물러 있는 언어 사용이 단편의 약점이었다. 마지막으로 희곡 <클렌징크림>은 일상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크림’이라는 마법적 요소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판타지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디어와 소재가 조금은 식상했고 동생과의 갈등도 피상적이어서 그만큼 카타르시스 요인이 적었고 반전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1인칭 시점의 자전적 이야기들인 응모작들은 주제와 형식, 문체 등에서 평범했다. 그나마 형식적 구성이 돋보이는 단편 <뫼비우스의 띠>를 가작으로 선발한다. 우수작이 없는 것은 좀 더 깊이 있는 주제, 의식적인 언어, 치밀한 구성을 가진 작품들에 대한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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