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할 자유냐 피해 받지 않을 자유냐
흡연할 자유냐 피해 받지 않을 자유냐
  • 손혜경 기자,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3.05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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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서상아(불어불문 2) 학우는 길거리에서의 무분별한 흡연 때문에 큰 화를 입을 뻔 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흡연자가 담배를 쥔 손을 휘두르는 바람에 서 학우의 왼쪽 볼이 담뱃불에 데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 학우는 눈 바로 아래 피부에 경미한 화상을 입었고 아직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는 상태다. 눈에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서 학우는 당시의 기억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약 30년간 흡연해 온 50대 연 모씨는 요즘 바깥에서 담배를 꺼내는 게 무섭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따갑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눈길과 질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가도 흡연자인 연 씨가 설 자리는 없다. 음식점의 화장실을 가 봐도 ‘화장실 내 금연’이라는 문구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는 연 씨의 손길을 망설이게 한다.


  2011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됐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대형 상가, 대규모 체육시설 등 현행 금연구역과 함께 국회, 공공기관 청사, 어린이·청소년 이용시설 등 공중이용시설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상기 시설에서는 실내뿐만 아니라 주차장, 화단, 옥상 등 시설의 해당 부지는 물론, 과거 모호하게 지정돼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던 ‘흡연구역’의 개념도 사라진다. 다만 건물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설치되는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식당, 커피전문점 등을 포함한 일반 음식점도 예외는 아니다. 면적 150m²(약 45평) 이상의 음식점은 실내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며 2014년 1월 1일부터는 100m² 이상의 음식점이, 2015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분류된다.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자 옥죄는 금연구역
  흡연자 원성사는 국가정책

  이처럼 모든 공중이용시설을 흡연 불가능한 곳으로 지정하는 데 염두를 둔 정부의 법안에 흡연자들은 ‘흡연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7조에 근거하면 금연구역을 전면 확대하는 법안이 자유롭게 흡연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흡연자 연 모씨는 “비흡연자들이 담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흡연자로서의 자유는 더 이상 없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담배 판매는 허용하면서 강압적으로 전면 금연구역화 시키겠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정책인 것 같다”고 흡연자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흡연실’ 제도가 잘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흡연자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법안 개정으로 건물 내 흡연실 설치 기준이 강화돼 설치비용이 올라가고, 커피전문점 같은 경우 차후 흡연실 내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점포들이 흡연실 설치를 꺼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흡연자들의 ‘혐연권’ 주장도 이에 못지않다. 흡연자들에게 흡연할 권리가 있다면 비흡연자들에게는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의 무분별한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담뱃불에 의한 화상 등이 도리어 비흡연자들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비흡연자인 서 학우는 “간접흡연 및 담배로 인한 비흡연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 주장하며 금연구역 전면 확대에 찬성했다.

  대학가도, 외국도
  이제는 ‘혐연권’이다

  대학가에서도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고려대, 서강대는 학내에 흡연구역을 지정하고 흡연구역에서만 담배 피우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비흡연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연장학금을 만들어 금연을 장려하는 대학도 있다. 백석대에서는 흡연 중인 학생이 금연클리닉 과정을 수료해 금연에 성공하면 금연장학금을 지급한다. 그밖에 연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이 캠퍼스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흡연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나 관리의 어려움과 함께 흡연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렇듯 방법과 강도는 다르지만 대학가에서는 혐연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미국의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 내 800개 이상 대학이 금연 캠퍼스 선언에 동참했으며 대학 내에서도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비흡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건물마다 흡연구역을 철저히 확보하고 실내에서의 흡연은 엄격히 한정하고 있지만 길에서의 흡연은 용인하는 분위기다. 유럽의 경우 과거 흡연에 관대했으나 혐연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도 그에 맞춰 변하고 있다. 담배 값을 1만 원 안팎으로 높게 책정하고 담뱃갑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넣는 등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흡연권도 국민의 권리다”
  양측 고려한
  정부의 노력 필요해

  과거 헌법재판소는 흡연권과 혐연권의 대립에서 혐연권이 상위에 있음을 판시했으며 상당수의 흡연자들도 간접흡연의 유해함을 인정하고 금연구역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남성의 과반수가 흡연 인구인 현실 속에서 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흡연자들을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흡연자 20대 변 모씨는 “비흡연자들의 혐연권 주장에 동의한다”며 “하지만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피시방이나 카페 등에 있던 흡연구역까지 축소하고 없애는 것은 정부에서 금연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판시처럼 생명권을 바탕으로 한 혐연권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온 흡연권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혐연권과 같이 국민의 권리 중 하나인 흡연권이 무시될 수 없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금연구역 확대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흡연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에 대해 우리대학 김도훈(법학) 교수는 “금연구역이 확대된다 해도 그 외의 구역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 정책의 경우 자유롭게 흡연이 가능하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금연구역을 급진적으로 늘려 흡연자들이 정책의 강도보다 큰 박탈감을 느낀다”며 “간접흡연 차단을 금연과 직결시키는 현 정책으로 인해 흡연자를 배척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흡연자들이 느끼는 불만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흡연구역도 금연구역과 같이 가시적으로 지정함으로써 정부가 흡연자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약 세 달째. 민간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두 권리 모두를 고려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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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wnsgh 2022-11-02 09: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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