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 낯선 덕성이 설렘으로 바뀐 시간
새터, 낯선 덕성이 설렘으로 바뀐 시간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3.0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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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새내기들이 친구가 되고 덕성인이 되는 3일을 함께하다

새터 둘째 날인 지난 22일 중앙행사에 초대가수 바닐라시티가 등장하자 새내기들이 열광하고 있다.
  대학에 합격해 입학식도 하기 전에 치르는 가장 큰 행사인 ‘새내기 새로 배움터’. 고등학생의 탈을 벗고 대학생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배움터’다. 지금은 옆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한 동기들과 어색한 첫인사를 나눴던 새터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내기들의 3일에 동행했다.


첫째 날
“밥죠, 밥죠, 밥쇼~”
“밥이 있다 없으니까~
 있다 없으니까~”
  출발이 3시간 정도 지연된 탓에 저녁식사 직전 숙소에 도착한 새내기들에 대한 첫인상은 식당에 울려퍼지는 우울한 밥 구호였다. 밥을 갈구하는 노래를 하고 있지만 목소리도 표정도 밝지 않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과대표 선배가 좀 더 밝고 씩씩하게 외칠 것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목에 힘을 주고 밥구호를 외쳤다. 아직 옆자리에 앉은 동기도, 선배도 낯설고 어색한 새내기들의 저녁은 900여 명의 식사치고는 무척 고요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학과별로 배정된 방에 둘러앉았을 때는 이미 해가 떨어진 후였다. 조금 친해진 무리끼리 뭉쳐 앉은 새내기부터 구석에 혼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새내기까지. 똑같은 분홍빛 새터티로 갈아입었지만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왔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 같은 여자아이들이 한 방에 모여 있었다. ‘이제 뭘 하면 좋지?’라는 눈빛으로 멀뚱히 앉아있는 새내기들에게 선배들이 임무를 부여했다. 내일 있을 단대한마당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정하라는 것. 긴 수험생활 동안 마음만 노인이 돼버린 새내기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다른 과에게 질 수 없다는 과대표의 말이 효과를 보인 건지 어색함을 애써 털어내고 연습에 참여했다. 그렇게 새내기들은 칙칙한 고3 수험생에서 풋풋한 대학생으로 한발 거듭나며 첫째 날의 밤이 저물었다.


둘째 날
“우리 이제 친구지?”
“응, 친구지!”
  행사가 가장 많은 둘째 날, 아침식사를 하는 새내기들은 하루 같은 방을 썼다고 서로 꽤 친해진 듯 밥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어제보다 밝아보였다.
“친구는 사귀었어요?”
“네, 방에서 게임도 하면서 조금 친해진 것 같아요”
  웃으며 대답하는 송주원(중어중문 1) 학우 옆에 있던 진유미(중어중문 1) 학우에게 친구냐고 묻자 서로 ‘우리 이제 친구지?’하는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가 되어 새내기들이 단대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다. 4년간 함께 공부할 동기들과 한 팀을 이뤄 닭싸움을 하다 보니 어색했던 식당에서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새내기들은 어느새 똘똘 뭉쳐 자신의 과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닭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GET YOUR CRAYON
 GET YOUR CRAYON
 머리 어깨 무릎 발”

  해마다 인문대 단대한마당을 휩쓸던 전통의 강호 중문과를 제치고 2013년도 인문대 단대한마당을 장악한 것은 철학과. 닭싸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철학과는 장기자랑 또한 막강했다.
  지드래곤의 크레용이 울려 퍼지며 철학과 새내기들이 춤을 추자 새내기들은 진짜 지드래곤이 나타난 것 마냥 환호한다. “앵콜! 앵콜!” 마치 앵콜 요청이 쇄도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했다는 듯 능청스럽게 포켓몬스터 주제가를 부르며 호응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새내기들은 중앙무대가 열리는 강당에 모였다. 자리가 부족한 관계로 좁게 모여 앉았지만 무대를 보는 자체가 즐거운지 하나같이 표정에 설렘이 가득했다. 중앙무대가 시작하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라도 온 마냥 환호하던 새내기들은 초대가수 바닐라시티가 등장하자 무대 앞쪽으로 몰려나왔다. 앞 공연에서는 환호하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얌전빼던 새내기들이 사진을 찍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열광하고 있었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둘째 날의 밤이야말로 친목의 밤이었다. 복도를 한 바퀴 돌며 열린 방문을 들여다 보면 방마다 큰 원을 이루고 둥글게 앉은 새내기들이 술게임을 진행했다. 술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며 빠지겠다는 새내기에게 ‘일단 하다 보면 알게 된다’며 “○○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을 외친다. 매번 한 바퀴를 채 돌지 못하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들이 걸린다. 걸려도 좋다고 웃고 떠드는 사이 어색한 벽이 사라진 듯 새내기들의 표정이 한층 편안해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새벽, 동아리들의 방돌이가 시작됐다. 비틀거리는 동아리 선배들이 방문을 북마냥 요란하게 두드리며 들어오면 박수를 친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이미 관심 밖이다. 그저 “마셔라, 마셔라-”를 외치며 ‘사랑하는 만큼’ 종이컵에 소주를 붓는다. 처음 만나는 사이치곤 넘치는 새내기의 사랑을 들이킨 나그네 선배는 환호를 뒤로하고 비틀거리며 다른 방으로 향한다. 아마 내일, 아니 오늘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보였다.


셋째 날
“잘 가, 문자해!”
“시간표 짤 때 알려줘. 맞춰보자”
  새내기들은 전날의 과음에 지친 듯 집합 때부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고개를 꺾고 잠이 들었다. 꿈나라를 여행하는 사이 학교로 돌아왔다. 3일간 친해진 동기들과 헤어질 시간이다.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새내기들은 정문으로, 후문으로 흩어졌다. 정인아(정치외교 1) 학우에게 새터에서의 3일간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 묻자 “함께 공부할 친구를 사귀어서 좋아요. 첫날에는 나만 혼자 다니게 될까봐 불안했는데 어제 오늘 얘기도 많이 했고, 이렇게 친해질 기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라고 답했다.
  친구를 많이 사귀었는지 망설이지 않고 ‘친구를 사귄 것’이 좋다고 대답한 그 새내기는 파란색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가벼운 발걸음에서 낯선 학교에 대한 두려움의 자리를 대신한 설렘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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