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본력’ 기업과 심각한 ‘재정난’ 대학의 어색한 동행
막강한 ‘자본력’ 기업과 심각한 ‘재정난’ 대학의 어색한 동행
  • 잇수현
  • 승인 2013.03.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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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행②

대학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대학 자체의 의미변화로 인해 이제 대학도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러한 대학경쟁사회에서 효율적으로 대학의 홍보·발전을 추구하는 2가지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연예인 특례입학과 대기업 인수다.

 

  기업과 대학의 만남이 부쩍 잦아졌다. 대기업의 영향력이 대학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 방법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기업이 대학을 인수해 재정적 지원을 하고 대학은 그에 걸맞은 기업 맞춤형 인재를 배출해 내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대학 인수는 과연 대학에게 득일까, 독일까?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교육 현장에 간섭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선 대학의 ‘재단’이라는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재단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해 출연된 재산을 기초로 해 설립된 법인으로, 이익 창출의 목적 없이 공익목적의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하다. 영리목적의 기업은 재단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대학 인수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단이 대학의 운영권을 인수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일반 회사의 경영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학과 기업은 상생을 꿈꾼다. 서로의 지향점이 맞닿는 부분을 찾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대학의 운영권을 인수할 경우 무엇보다 대학운영에 필수적인 재정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업 역시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명분과 함께 기업 이미지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졸업생의 기업 연계 취업, 기업의 연구 지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대학의 이득이다. 반값등록금 등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앓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 재정난 해소에 기업과의 협력은 그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대학은 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안고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재정적인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취업난 속에서도 기업 협력은 빛을 발한다. 기업은 대학생들의 난제인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내세웠다. 바로 ‘계약학과’다. 기업과 협약을 맺은 계약학과에 입학하면 4년 등록금 지원은 물론이고 졸업 후 취직까지 보장된다. 대표적으로 성균관대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있다. 이 학과는 지난 2006년 성균관대의 재단인 삼성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신설됐다. 4년 장학금도 장학금이지만 졸업 후 ‘삼성 취업 보장학과’라는 점에서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경쟁률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최대이익 창출이라는 모토를 내건 대기업이 교육 현장에 침투하면서 대학이 지나치게 상업화, 기업화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업이 학교의 재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자주권, 교수임용권 등이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서 언급한 계약학과를 살펴보면, 계약학과는 아예 신설과정에서부터 ‘취업을 조건’으로 내세워 해당 기업에 필요한 인재상과 기술을 학습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학문의 집합체인 대학이 지향해야 할 길인 것인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이윤추구와 연구 기반을 위해 대학을 종속시키고 이를 위해 교수 및 교직원들의 경쟁을 심화시켜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의 의미가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교수임용권 등 대학 자주권 상실 문제가 우려된다. 실례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들 수 있다. 1996년 삼성그룹이 재단의 운영권을 인수한 성균관대학교에서는 2011년 한 강사의 강의가 갑작스레 폐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사건의 피해자인 동양철학과 류승완 박사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고의 배경에 기업이 관련됐다고 주장하고 1인 시위를 펼쳤다. 지난 2000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삼성재단의 학내 사찰 문건’을 폭로했던 학생 22명에게 출교 등 초강경 징계 사건 때 학생들을 지지했던 일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는 것이다. 그는 대학과 기업의 비정상적이면서도 불편한 관계를 외치며 강의 박탈의 부당성을 외쳤다. 거대자본이 장악해 나가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지식노동자들에 대한 자유의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재정을 손에 쥐고 있는 기업이 교수임용권에서부터 대학 학사 운영에까지 마치 부실기업을 구조조정 하듯이 대학을 구조조정 할 우려가 있다.

  운영권 인수만이 아니다. 기업의 자본은 대학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산학협력’이 있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은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고 그 연구 능력, 인적 자원, 장비 등을 적극 활용하며 대학은 기업의 후원으로 양질의 연구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우리대학 역시 산업체, 대학, 연구소, 정부 등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4년 산학협력단을 설립,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구의제가 상업화와 장기적인 연구보다는 단기적인 연구를 선호하는 현상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심각해진 재정난을 타개할 다른 묘책이 없던 대학에게 대기업의 자본은 뿌리칠 수 없는,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그 둘 사이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고등교육의 역할은 지식인을 양성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영리기관인 기업과 비영리기관인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문의 독립성 확보와 대학 자주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현 시점에 대학 운영의 독립권을 보장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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