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콤플렉스 : 상처주는 남자, 헤어지지 못하는 나
착한 여자 콤플렉스 : 상처주는 남자, 헤어지지 못하는 나
  • 김미리혜 교수
  • 승인 2004.03.15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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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혜 교수의 심리특강

 내 친구 A는 남자친구에게 진짜 많이 상처 받으면서도 계속 사귀는 거예요. 그 남자친구는 자기 친구들 많은 데서 ‘얘는 머리가 나빠서 이런 얘길 못 알아 들어요.’하는 식의 무시하는 말이나 ‘날 사랑한다면 (얘네들 앞에서) 야한 춤 좀 춰봐라’하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해서 창피 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래요. 글쎄 손찌검도 하는 모양이던데... 길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게 보통이구요.

 물론 그 어떤 연인관계에서건 서로 상처 주게 되어있다. 상대방이 옆에 있는데 지나가는 다는 이성을 ‘탐스러워’ 한다든지, ‘너, 이런 것도 모르니?’하고 비웃는다든지, 살 좀 빼라고 잔소리도 한다. 알면서, 또 몰라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진짜 심하다. 나라면 헤어질텐데...’하는 경우들이 분명 있다. 그토록 당하면서 왜 헤어지지 못하는 걸까? 참을성이 많은 것인가? 너무도 착한 것인가? 그렇다. 우선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내게 상처를 줘도 항거하지 못하고, ‘착하게만’ 굴고 자기주장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끌려 다니면서 산다. ‘차이면 차였지’ 자기가 상대를 떠나는, 그런 끔찍한 짓은 절대 못한다. 다음으로, 남자친구가 자신을 학대한 다음 획기적으로 잘해주는 이벤트(?)를 벌이곤 하는데 그 ‘보상’의 맛이 너무도 달다. A의 남자친구는 가령 A의 뺨을 때린 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장미꽃을 백송이 사다 주고 눈물이 날 지경으로 잘 해 준다. 학습심리학에서 배운 대로, 학대 후에는 ‘좋은 일’이 생기는 데, 그 좋은 일이 학대당하는 고통을 갉아 먹어주는 것이다. 또한, ‘헤어지면 난 어떻게 사나... 그래도 혼자 쓸쓸히 다니는 것보다는 이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게 그나마 낫겠지’. 다시 말해 헤어진 다음의 상황은 두렵고 현 상태는 힘드나마 본인이 익숙해져 있어서, 혹은 ‘이렇게 못생기고 바보고 집안도 나쁘고... 이렇게 형편없는 나를 이 오빠 말고 누가 좋아해 주겠어’. 다시 말해 자긍심이 낮아서 등등의 이유로 헤어지지 못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한다면 그나마 남은 자긍심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고 가슴이 까맣게 타서 그야 말로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자신과 남자 친구 그리고 둘의 관계를 냉철하게 평가해 보고 가능한 한 빨리 결심을 해야 한다. 떠나든지, 아니면 정말로 에너지와 지혜를 총동원해서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관계를 변화시키든지.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하지 않는 것은 아주 위험한 덫에 갇혀 있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물론 결정을 해도 쉽게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하면 된다(실제로 그 대비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계속 사귀면서 상처를 덜 받도록 하려면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요구해야하고 자신은 또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 주위 사람들이나 전문가들과 의논하면 된다. 어느 쪽이건 위험한 덫에 계속 머무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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