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충복의 통로이자 행복의 비결입니다"
"나눔은 충복의 통로이자 행복의 비결입니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3.03.1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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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있다’고 했다. 인자한 미소를 띤 이선구 이사장을 처음 대면한 순간, 기자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따뜻함을 먼저 만났다. 그 미소 속에는 그가 나누고 있는 온정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눔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들어봤다.





  쌀은 곧 생명이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는 빨간밥차 무료급식, 이동푸드마켓, 농산물 나눔사업 등의 먹거리 나눔을 통해 배고픔과 고통이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수십 개의 대형 화환을 보며 ‘한 번 시들면 버릴 수밖에 없는 비싼 화환을 수십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쌀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전 한국신장협회의 설립자이기도 한 이선구 이사장은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다 보니 배고픈 사람들, 굶어 죽는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고 싶었다. “배고픔만큼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쌀은 넘쳐나는데 배분이 제대로 안 되다보니 배고픈 사람은 계속 배고프고 넘치는 사람은 끝없이 넘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매개체를 만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아 없는 사람들한테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것이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의 시작입니다.”
  왜 하필 ‘쌀’이었을까.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황 기자는 밥 안 먹고 살 수 있어요?” 이어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 속 굶주려서 쓰러져 있는 소녀와 그런 소녀를 지켜보고 있는 독수리 얘기를 꺼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등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습니다. 굶주림에 힘을 잃어 움직이지 못하니까 독수리에게 뜯어 먹히는 거죠.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를 통해 그런 아이들은 물론 홀몸 독거노인, 노숙자 등 불우한 소외계층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생명과도 같은 쌀, 더 나아가 ‘식(食)’을 통해서요.”

 

  나눔 속에 숨어 있는 두 가지 비밀
  “양심에 손을 얹고 어떤 방법으로든 꾸준히 나눔을 하는 분 손 들어보세요.” 이선구 이사장이 강연장에서 빼먹지 않는 질문이다. 기자에게도 역시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멋쩍은 미소만 보이는 기자에게 그는 나눔 속에 담긴 두 가지 비밀을 설명했다. “마더 테레사, 마하트마 간디 등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장수’입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하늘의 일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풀어 설명하면 나눔은 하늘이 사람을 시켜서 하는 일이라는 거죠. 한마디로 하늘에서 ‘오래오래 살면서 내 일을 대행하라’는 뜻으로 장수하게 해주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나눔 속의 신비로움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덧붙여 또 하나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 비밀은 자자손손 이어지는 ‘축복’입니다. 한 예를 들자면, 19세기 미국에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맥스 쥬크’와 남을 먼저 돕는, 이타적인 ‘조나단 에드워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가계를 조사한 결과 조나단 에드워드는 230여 년 동안 900여 명의 후손을 두었는데 상원의원, 부통령, 성직자 등 세계적으로 존경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반면 맥스 쥬크는 똑같은 기간 동안 더 많은 후손을 두었지만 마약 중독자, 폭력범, 살인자 등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 90% 이상이었죠. 저는 이것이 바로 나눔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눔이 얼마나 큰 축복을 받는 일인지, 나누지 않으면 얼마나 불행해지는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기자는 나눔 속에 숨어 있다는 신비로운 비밀을 풀고 싶어졌다.


  현대판 시미운동을 실현하고 있죠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라는 이름 그대로 쌀을 나눔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쉴 틈 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는 잠시 목을 축이더니 이내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교회 등에서 ‘사랑의 쌀독’을 열고 있습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쌀독을 채우고,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쌀이 필요할 때 찾아와 쌀을 받아가는 방식이죠. 보통 쌀독 한 개를 한 주에 약 250명에게 나눠주는데 한 달이면 1천 명, 1년이면 1만 2천 명입니다. 쌀독이 1천군데 열리면 무려 1천 2백만 명이 쌀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죠.” 과거 동학란 시절, 국민들은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한 숟가락 쌀 나누기 운동을 펼쳤다. 이른바 시미(施米)운동이다. 이선구 이사장은 사랑의 쌀독을 통해 현대판 시미운동을 실현하고 있었다. 생명과도 같은 쌀을 나눔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표정에서 쌀독에 채워지는 것은 단순히 쌀 한 주머니가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눔은 가장 수지맞는 장사다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선구 이사장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에요.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어려운 거죠. 하지만 나눔이야말로 축복의 통로이자 행복의 비결입니다. 나누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와요. 때문에 나눔은 가장 수지맞는 장사라 할 수 있죠.”

 

  시종일관 기자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했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부탁의 말을 건넸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의 다양한 활동에 봉사자로 함께해달라는 것이었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자기 지갑을 열 수 있고 없는 시간도 쪼갤 수 있는 사람이요. 당장 아깝다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해요. 덕성여대 학생들도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함께 나눔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재능으로, 노동으로, 시간으로, 물질로.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눔의 방법을 순위로 매긴다면 돈은 제일 마지막이죠. 그런데 그 마지막도 못하는 사람이 99%에요. 내가 99%에 속해있는지, 1%에 속해있는지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그저 쌀가마니,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위하는 정성어린 마음이자 사랑이고, 진심이 담긴 격려이자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를 세계적인 NGO단체로 성장시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구호단체로 만드는 것이 최종 꿈이라는 이선구 이사장. 쌓아도 쌓아도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나눔의 성’을 쌓고 있는 그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꼭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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