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총학생회인가
누구를 위한 총학생회인가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4.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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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정치화, 대학생을 위한 총학생회는 없다?

 

  최근 우리대학 총학생회의 뚜렷한 정치적 색깔로 인해 학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 오는 6일, 청년미래교육원 우리대학 총학생회 등이 주최하고 우리대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진보 2013’ 강연회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연사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학우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나섰다.
  이처럼 총학생회의 정치화에 대해 학우들이 반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논란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무릇 우리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학가 총학생회 정치화 문제에 대해 조명해봤다.
 
논란의 중심엔 ‘한대련’이 있다
  대학가에서 총학생회 정치화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논쟁의 중심에는 항상 한대련이 서 있다. 한대련은 2002년 동아대 총학생회에서 최초 발의돼 2005년 공식 출범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연합 단체다. 한대련의 뿌리는 각각 1980년대와 1990년대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와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6년 ‘연세대 사태’로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로 규정돼 분열된 한총련의 명맥을 이어 출범한 단체가 지금의 한대련이다.
한대련 강령에 따르면 한대련은 크게 △대학 내 건전한 대학문화 형성 △민주주의 실현과 차별 없는 평등사회 구현 △평화통일 실현과 인류 평화에 기여 △대학생의 대표기구인 학생회의 영향력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 운영되고 있다. 한대련에 소속된 대학은 작년 기준 우리대학을 포함한 전국 46개 대학이며 대학생 조직 중에서는 비교적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꼽힌다. 이들은 청년실업 해소, 반값등록금 실현,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요구 등 대학생들의 이익 추구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총학생회의 정치활동,
대학에 ‘독’인가 ‘득’인가

독, 지나친 정치적 색깔 표출
득, 대학가 문제 공론화

 

 한대련, 그 모호한 정체성
대학생 단체인가, 정치 집단인가
  그러나 300만 대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뭉쳤다는 한대련이 지나친 정치적 색깔의 표출로 소속 대학 재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한대련은 반값등록금 및 사학법 개정 요구, 사립대학 비리재단 축출, 기성회비 폐지,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등 대학가에 닥친 문제 외에도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집회의 선두에 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 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를 펼쳤고 최근에는 한미연합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반정부, 반미와 관련된 정치적 행보를 지속해 왔다. 이 외에도 작년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에 일부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개입하고 한대련 간부 출신 대학생들이 통합진보당을 통해 정치권에 진출하는 등 지나치게 특정 정당과 연대해 정치적 색깔을 띠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한대련 소속 대학의 재학생들은 대학이름을 내건 채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는 한대련의 움직임에 한대련의 정치적 견해가 모든 소속 대학의 견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끊임없는 잡음에
한대련 탈퇴하는 대학들
  문제제기를 넘어서 한대련 탈퇴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09년부터 한대련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고려대 총학생회는 작년 학내 여론을 반영해 한대련을 탈퇴했다. 한대련 탈퇴를 제1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고려대 45대 총학생회는 작년 9월 한대련 탈퇴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이에 재적인원 1만 8,648명 중 4,305명이 투표에 참여, 89.2%가 한대련 탈퇴를 찬성해 한대련과의 작별을 고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는 평소 한대련의 정치색에 불만을 품고 있던 타 소속 대학들 사이의 탈퇴 여론을 확산시키는 촉발제로 작용했다. 출범 초창기부터 한대련 핵심 대학으로 활동하던 부산대에서도 재학생들의 찬반 의견 수렴 없이 부산대의 이름을 달고 한대련 활동을 하는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부산대 총학생회에서는 한대련 탈퇴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으나 대의원회 내 가입 유지를 원하는 인원이 더 많아 탈퇴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대학과 한대련 사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2005년 한대련에 가입한 우리대학은 유난히 한대련과의 인연이 깊다. 우리대학 김미숙(국어국문 02학번) 21대 전 총학생회장은 후보 시절 대학생을 위한 새로운 단체(한대련)에 동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당시 김미숙 전 총학생회장은 한대련추진위원회에서 한대련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대학은 김미숙 전 총학생회장의 당선 이후 학내 의견 수렴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거쳐 한대련에 가입했다. 이후 김미숙 전 총학생회장은 한대련 1기 의장을 맡았고 이어 김지선(일어일문 04학번) 23대 전 총학생회장도 한대련 3기 의장을 맡아 한대련을 이끈 바 있다. 이 외에 28대 윤태은(문화인류 4) 전 총학생회장은 작년 한대련 교육대학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의 한대련 활동에 대한 학내 여론의 반대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문제가 아니다. 2004년 11월, 본지 497호에 실린 ‘20대 총학생회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의 학우들이 20대 총학생회의 활동 중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사안으로 ‘정치적 문제에 치우침’이라고 응답했다. 차기 총학생회 또한 우리대학 총학생회 자격으로 각종 시위 활동에 참여해 학우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대련은 과연 한국의 대학과 대학생을 대표하고 있는가? 한대련과 그 소속 대학 총학생회의 정치적 행보가 대학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는 현재, 300만 대학생을 대표해 대학생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대학생은 대학생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또한 각종 학내 비리와 비민주적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생들의 활발한 대외 활동은 지지받아야 마땅하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한대련과 같은 연대 단체의 책임이 무겁다. 한대련 소속의 총학생회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대학생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뭉쳐야 산다’는 전략이 문제의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300만 대학생들의 이익을 충족시키겠다는 그들 존재의 본질은 지나친 색깔 논쟁과 그로 인한 대학 여론의 분열이라는 장막에 가려져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출은 사상과 견해의 자유에 비춰봤을 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행위자가 한 대학의 재학생들을 대표해 활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정치적 문제를 대하는 총학생회의 태도는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소모성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대학생을 대표하고 위하는 대학생 연대가 대학 여론의 뜨거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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