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오는 4월이지만 우리 학교의 4월은 특별하다. 창학기념일이, 그것도 4월 19일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창학기념일은 세계로 도약하는 우리 덕성의 미래를 그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덕성은 지금까지 훌륭히 발전했지만, 현재 위상과 미래의 모습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가 죽거나 불안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덕성의 능력과 정신, 무엇보다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다. 덕성의 잠재력에 대한 신뢰는 우리 대학이 강소대학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혹자는 대학의 역량에도 규모의 경제학을 주장하지만 대학의 교육과 연구 역량에 핵심은 규모가 아닌 학문 영역의 다양성과 협력의 능력이다. 편식하는 신체가 외형적으로 거구라도 내면적으로 허약하고 결국 성장이 멈추는 것과 같이, 대학에 몇몇 학문 분야만 존재한다면 그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은 이런 점에서 성장과 발전의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학문과 교양교육, 세계화의 토대가 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우리 사회 현장의 주역을 키우는 사회과학이, 덕성의 저력인 약학이 버티고 있으며, 창의적 예술과 정보미디어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각 영역들이 지척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가 세계적 강소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문간 다양성에 기초한 긴밀한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교육 중심의 강소대학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미래지향적 교육도 이런 바탕에서 가능하다. 당연히 대학 교육은 개인의 성공적 사회 활동을 준비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한 한 개인의 필요에 맞춰져야 하며, 서비스가 아닌 개인의 삶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는 실존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대학의 교육도 강의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삶의 공동체 형태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교수와 학생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수는 학생 개인의 인생 멘토로 역할 할 수 있다. 이것은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만 실천 가능하며, 강소대학만이 실현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대학 교육의 창의성도 여기서 발생한다. 창의성은 누구나 찾는 신비한 ‘현자의 돌’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서 발굴해야 하는 잠재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교육도 학생 개인을 관찰하고 각자에게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며 그것을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덕성의 학생들은 누구나 창의적 인재가 될 것이다.

  대학에서 교육과 학문은 시장의 상품이나 정치 선전과는 바꿀 수 없는, 그 자체 목적을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가진다. 대학의 교육과 학문이 어떤 값비싼 물건이나 정치적 구호보다 더 중요한, 인간을 만들고, 인간의 가치를 높이거나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의 교육과 학문이 이런 활동으로 점철될 때, 그리고 대학의 행정이 그것을 충실히 도와줄 때 덕성의 미래는 세계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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