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학교의 봄을 돌려주자
학생들에게 학교의 봄을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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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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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왔다. 교정 곳곳에도 꽃망울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학교를 아름답게 수놓을 벚꽃들도 며칠만 더 기다리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은 기온이 올라가고 그동안의 배고픔을 잊게 해 줄 열매들도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 때문에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사물인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입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온통 흰색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칙칙하고 거무튀튀한 겨울의 색을 화려한 색으로 바꿔주는 꽃의 시각적 즐거움은 사람들에게 묘한 흥분과 유쾌함을 제공한다. 봄의 나른함을 채워주는 꽃의 향기는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해마다 벚꽃으로 화사해진 교정에서 사진을 찍으며 봄의 추억을 공유하는 학생들을 보면 젊음의 유쾌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꽃의 아름다움과 봄의 나른함을 마음껏 누리기 어려운 한국사회 대학생들의 현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봄날의 꽃들이 드러내는 역설이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향하고, 아르바이트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학생들에게 활짝 핀 봄날의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의례는 공강 시간에만 잠깐 허용된 사치일 뿐이다. 화사한 꽃을 배경으로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저장하고 기억으로 남기기에는 소위‘스펙’을 위한 어학점수의 압박, 공모전 준비의 긴장감과 긴박감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졸업을 하는 순간부터 바‘채무자’라는 낙인이 어깨를 짓누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빵집이나 편의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피곤한 몸을 참아내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은 한 순간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의 과정은 마음까지 소진하도록 하는 감정노동을 수반하기도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깊이 있게 하고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삶의 과정에 대해, 사회의 현안에 대해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의 철학을 가꾸어 가도록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현실은 대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학생들이‘스펙’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에서의 시간을 최소화하게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공부와 사색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고 젊은 나이부터 이미 사회를‘어둡고 힘든 곳’이라는 이미지로 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극심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압박은 학생들을 대학이라는 장소로부터 끌어낸다. 열띤 토론, 꿈을 향한 열정, 다양한 지식들을 기본으로 한 자신의 철학적 입장 정립으로 활기찬 캠퍼스를 만들고 학생들이 그 가운데 잠시라도 꽃의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래서 구직자나 예비 채무자가 아닌 지식탐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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