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제, 진정한 ‘지도’가 필요하다
지도교수제, 진정한 ‘지도’가 필요하다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5.13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 위한 지도교수제, 진짜 소통하고 있나요?

  “중·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대학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요”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진로를 정하기가 막막해요”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요”. 누구나 입학 후 한 번쯤 겪는 고민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학문을 접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진로설계에 대한 막막함이 생길 때면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조언과 상담이 절실해진다.

▲ 한 학우가 학과 게시판에서 지도교수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손혜경 기자

  지도교수제, 소통을 넘어 경쟁력으로
  이를 위해 여러 대학에서는 학업 및 진로설계에 유익한 정보는 물론 심층적인 상담과 지도를 제공하는 ‘지도교수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가 해당 학과의 학생들을 일정 담당해 학생들의 대학생활, 진로, 학업, 취업 등을 전담 지도하는 제도다.

  이러한 지도교수는 학생의 대학생활과 진로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창학 88주년을 맞아 본사에서 실시한 ‘재학생이 느끼는 애교심의 척도와 우리대학 발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애교심 향상을 위해 우리대학에 가장 필요한 것은?’이란 질문에 전체 참여자 200명 중 27%인 54명이 ‘지도교수제의 활성화’라고 답했다. 이는 지도교수제가 단순한 진로·학습 상담의 기능을 넘어서 학교에 대한 친밀감과 소속감을 고취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가운데 몇 해 전, KAIST는 재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도교수를 통한 상담과 개인지도를 강화하기도 했다. 지도교수제가 심각한 취업난 등으로 아픈 20대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을 ‘힐링’해 줄 수 있는 방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도교수제는 ‘대학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례로 우리대학은 2010년 발표한 ‘Global Partner Duksung Vision 2020+’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밀착형 지도와 상담을 제공하기 위한 맞춤형 지도교수제를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도교수제가 단순 사제 간 소통의 창구를 넘어 학교 발전책으로도 활용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많으면 한 학기에 한 번,
  지도교수님 얼굴 보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도교수제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형식적인 제도에만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ㄱ씨는 “보통 한 학기나 일 년에 한 번씩 지도교수와 상담을 하긴 하지만 형식적인 대화만 오갈 뿐, 지속적인 상담이나 깊은 내용의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ㄴ(수학 2) 학우 역시 “지도교수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면학장학금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지도교수와 상담을 한다”며 “지도교수제가 활성화돼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교수와 학생 간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마련된 지도교수제는 사실상 지도교수와 학생들 간 실질적인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고려대의 경우 2008년 ‘전공지도교수제’를 도입했으나 사제 간 만남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교수와 학생의 지적이 많아 올해 이 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떠맡기기식 지도교수제, 
  교수는 ‘부담’, 학생은 ‘글쎄’
  우리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도교수 한 명이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의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다. 한 학급 정도에 해당하는 학생 수는 강의와 연구 등을 병행하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도교수와 학생 간의 지속적이고 깊은 소통의 불가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한 임의적인 지도교수 배정도 지도교수제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현재 숙명여대와 연세대 일부학과 등이 학생이 지도교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학교나 학과 측에서 임의로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있는 상태다.

  지도교수와 학생 간 활발한 소통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도 요구된다. 지도교수의 재량으로 운영되는 지도교수제의 특성상 지도교수의 차이에 따라 상담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빈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제도화된 방안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빛 좋은 개살구’는 이제 그만
  숙명여대는 기존의 형식적인 지도교수제를 탈피하기 위해 ‘학생지도의 날’과 ‘평생지도교수제’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지도의 날’은 평소 서로 다른 강의 시간 등의 여건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위해 그날 지도교수의 수업을 휴강하고 학생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제도다. 또한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직접 선택해 졸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평생지도교수제’를 도입, 장기적인 지도교수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충북대에선 지정된 지도교수가 재학생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멘토로 역할하는 ‘평생사제제’를 시행 중이다. 지도교수와 학생은 한 학기에 최소 2회 이상 상담을 해야 하며, 학생은 이를 충족시켜야만 ‘진로 개발 및 상담’이라는 졸업 인정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형식이다. 또한 지도교수와 학생이 상담 결과를 입력하고 이를 서로 열람해 볼 수 있게 해 상담의 질 향상과 각종 제도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는 형식적이고 불성실한 상담이라는 지도교수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울뿐인 지도교수제?
  우리대학의 경우는 매 학기마다 각 과에서 학번별로 학우들을 나눠 자율적으로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이를 학생처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지도교수제를 실시 중이다. 학생처에서는 이를 토대로 시스템을 마련해 지도교수 상담이 이뤄지면 교수로 하여금 그 상담 내용을 입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권고일 뿐 지도교수제가 자율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스템의 운영이 원활하지 않기도 하다. 학생처 김진희 주임은 “상담 후 내용을 입력해야 하지만 필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교수도 여럿 있다”고 밝혔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설명한 고려대의 경우 지도교수가 학생과 상담을 하지 않았음에도 학교 측엔 상담을 했다고 알리는 등 지도교수제의 실효성 문제가 제도의 폐지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제대도 갖춰지지 않은 운영방식의 규제나 체계성은 지도교수제의 허술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지도교수제에 대한 제대로 된 체계를 세워 껍데기뿐이 아닌, 알맹이까지 꽉 찬 모습을 갖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수와 학생들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학생들의 대학생활과 진로설계를 위해 마련된 지도교수제. 그러나 제대로 된 상담은커녕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제도에 그치고 마는 지금, 지도교수제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도교수제가 좋은 의도에만 그치지 않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소통과 공감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길거리 인터뷰]지금 우리대학 지도교수제는?

  우리대학은 학우들에게 각 학과 교수를 임의로 배정해 지도교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과와 교수에 따라 지도교수제에 대한 평가가 천차만별이고 지도교수제를 모르는 학우들도 많은 실정이다. 현재 실시 중인 우리대학 지도교수제에 대해 학우들의 생각은 어떤지, 또 앞으로 지도교수제가 어떻게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함지현(정치외교 3)
  지도교수제가 잘 이뤄지고 안 이뤄지고는 교수님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지도교수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에서는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지도교수제가 사제지간에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돼주기도 하고요. 다만 지도교수 한 명 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점과 교수님과 학생들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김영희(식품영양 1)
  아직 1학년이라서 지도교수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학업문제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지도교수님의 조언을 구하고 의지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번에 지도교수님 연구실을 찾아갔는데 바쁘게 일을 하고 계셔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어요. 주중에 면담 가능 시간을 확실하게 정해서 활발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초록(의상디자인 3)
현재 지도교수제는 장학금을 위한 제도라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학금 신청을 위해 지도교수와 면담을 하는 것 외에 학생이 먼저 찾아가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상담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형식적인 제도가 아닌 학업 설계, 진로 고민 등 교수와 학생이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지도교수제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신지혜(심리 2)
저희 과는 지도교수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교수님 스스로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아 그 점이 좋습니다.  어려운 일이나 고민이 생겼을 때 찾아갈 곳이 있고 의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교수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서로 노력해 지도교수제가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주세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주세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