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그곳엔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3.05.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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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헤드셋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사일런트 디스코

▲ 스피커가 아닌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파티 '사일런트 디스코'.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야외에서도, 좀 더 특별한 공간에서도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상상공장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되, 야외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단체로 춤을 춘다? 그것도 단돈 1천 원에? ‘사일런트 디스코’에선 가능하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어둡고 답답한 지하에서 벗어나 오픈된 공간에서 디스코를 즐기자는 취지의 유럽발 댄스파티다.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라는 다소 모순된 이름의 이 축제는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일반 파티와는 달리 무선헤드셋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즐기는 이색 놀이문화다. 혹자는 ‘음악도 없이 어떻게 춤을 춰’라고 말한다. 비밀은 바로 헤드셋에 있다. 사일런트 디스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무선헤드셋이 제공된다. 이 헤드셋에서는 DJ가 틀어주는 음악이 특정 주파수를 통해 흘러나온다. 무선헤드셋을 통해 사일런트 디스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조용한 디스코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2002년, 폐쇄적이고 좁은 실내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에서 파티를 즐기자는 생각에서 생겨난 사일런트 디스코는 1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끌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파티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문화기획단체 ‘상상공장’에 의해 홍대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를 기점으로 현재는 청계천, 시청광장, 대학, 해수욕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일런트 디스코가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다.

  “지하에서 나와 야외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춤추고 싶었다. 길을 걷다 보면 너무 멋진 공간이 많았고, 그래서 사일런트 디스코를 하게 됐다.” 사일런트 디스코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상상공장 류재현 대표의 말처럼 사일런트 디스코는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장소의 구애는 물론 시끄러운 음악으로 인한 불편과 피해도 없다. 사일런트 디스코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즐기는 새로운 대안 놀이문화’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그 덕이다.

  클럽의 대안문화로 출발한 사일런트 디스코는 젊은 20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놀이문화로 정착해나가는 중이다. 나아가 현재는 캠퍼스 문화로도 침투했다. 실제로 몇몇 대학들은 대학교 축제기간에 사일런트 디스코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동국대, 경북대 등이 축제기간 동안 사일런트 디스코를 열어 재학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 역시 많은 대학들이 사일런트 디스코를 축제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운영했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또 다른 대안문화 탄생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사일런트 렉처’도 그 중 하나다. 시끄러운 야외에서 청중들이 헤드셋을 끼고 듣는 이색 강연이다. 매년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젊음의 축제, ‘대학로 문화축제’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사일런트 렉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로가 축제로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마로니에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강연을 들었다. ‘사일런트 시네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형음향장비 없이 헤드셋 하나로 야외 놀이터, 공원 등에서 영화 및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게 됐다.

  답답한 건물 안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사일런트 디스코는 획일화된 문화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다. 장소나 돈에 구애받지 않고 무선헤드셋만 있으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특색 덕분에 누구나 주최자가 될 수 있다. ‘건전한 일탈’, 그들이 대안문화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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