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ica, 스피노자를 따라 나를 찾는 여행
Ethica, 스피노자를 따라 나를 찾는 여행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5.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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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호(독어독문) 교수

▲ 조우호(독어독문) 교수 ⓒ최시은 수습기자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스피노자가 ‘나는 누구인가’에 관해 탐구한 결과인 <에티카>.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고찰돼 온 고전을 조우호(독어독문) 교수의 안내를 따라 읽어보자. 

 

▲ 조우호 교수의 추천도서 <에티카>
  교수님의 독서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독일어 원서도 읽어야 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권 정도 읽었다. 요즘에는 바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편차가 크지만 2주에 한 권은 읽는다. 괴테나 카프카도 무척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사회과학을 알아야 본업인 인문학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 읽는 책들은 사회과학 관련 서적이다.

 

  많은 애독서 중에서도 <에티카>를 추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라 지레 겁먹고 읽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최근에 나온 책들은 재밌지만 수명이 짧고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많다. 학생들에게 추천한다면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

  이번에 추천해주신 <에티카>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책이다. 인간은 유아에서 청소년,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만 보더라도 감성이 발달한 연애시대의 인간과, 결혼 이후 이성이 발달해 상대의 단점을 집어내는 인간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속성들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다. 스피노자는 어느 인간이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으며 변화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발견하고자 탐구했고 그 결과 <에티카>가 태어났다. 인류학이 아닌 인간학적 저서라고 할 만한 것이다.

  <에티카>는 ‘신에 대해서’라는 챕터에서 신을 정의한 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증명을 시작하는데요, 이 책에서 인간을 증명하기 위한 밑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는 신이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에티카>에 나오는 신의 개념이 유일신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출판 당시 금서로 지정됐었다. <에티카>에서 말하는 신은 모든 것을 사유할 수 있는 최상의 지성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만물은 누군가에게 사유되고 영향을 미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사유할 수 있으며 존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신인 것이다. 이 신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당대에는 금서로 지정됐지만 후일 많은 작가와 사상가들이 <에티카>의 독특한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면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하는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요
  인간은 몸, 감각, 감정, 이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모두 독립된 영역인 동시에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당연한 듯하면서도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스피노자가 살았던 기독교 세계는 몸을 영혼을 담는 그릇이며 껍데기라고 천대했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말하는 몸은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관념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몸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몸만으론 안된다. 몸이 받아들인 자극에 대한 반응인 감정과 이성이 합쳐져야 온전한 인간이 구성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인 감정은 외부자극에 의해 변화한다. 가령 내가 슬픈 건 내 몸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며 상태가 변했기에 슬픈 감정이 생겨난 것이고 반대로 내가 기쁜 감정, 슬픈 감정을 느낀다면 몸은 작건 크건 변화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화병이 나는 것과 같은 건가요
  스트레스는 외부의 상황이고 그 외부 자극을 통해 우리 안에서는 우울함 혹은 짜증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난다. 그러면 몸도 그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을 받아 아픈 곳이 생길 수 있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거나 우울한 사람들도 정말 이유 없이 감정이 변화하는 게 아니다. 본인이 깨닫지 못했을 뿐 몸에 이상이 있을 테니 필히 병원에 가봐야 한다(웃음).

  자신이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감정이 먼저 찾아오는 것은 어째서인가요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성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거다. ‘슬프다’는 감정을 깨닫는 것은 이성의 작용이다. 일반적으로 몸과 감정이 외부자극을 먼저 느끼고 이성에는 한참 뒤에나 도달한다. 감각을 느끼는 것은 순간적이지만 판단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에 일어나지 않나.
  이성은 정서의 변화를 느끼고 이를 받아들일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이어트의 예를 들면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은 것은 몸과 감정이다. 그런데 먹으면 살이 찔 것 같다,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먹지 않는 것은 이성의 작용이다. 즉 다이어트는 이성이 몸과 감정의 욕구를 이긴 결과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 다이어트 결심이 무너지듯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성은 몸과 감정에게 지배당하면 지배당했지 그들을 통제하기엔 터무니없이 약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몸과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을까요
  그러한 문제가 있기에 이 책에서 스피노자는 이성보다 높은 차원인 이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제3인식’이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직관지’라고 일컫는데, 성찰과 훈련을 통해 인간의 몸과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발달한 고도의 이성이다. 직관지가 발달한 사람은 생각하지 않아도 직관지가 몸과 감정을 통제해 옳은 길로 가게 한다. 예수나 부처도 스피노자의 시선에서 보면 직관지가 고도로 발달한 상태다. 이러한 성인들처럼 직관지를 갖추고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이성에게 후회를 시킨다면 그 훈련의 결과가 직관지의 형성으로 돌아올 것이다. <에티카>를 읽으며 직관지의 형성이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독서다.

  <에티카>는 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밤을 새워 읽었음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아서 속이 상했는데요, 끝으로 <에티카>를 읽으며 나를 탐구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나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웃음). <에티카>는 해석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만큼 무척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니 쉬울리 만무하지 않겠나. 오늘 이야기 한 것들은 그중에서도 <에티카>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에티카>를 읽는 것은 그야말로 정답 없는 탐구이기에 시간을 들여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본다.
  덧붙여 에티카를 읽고 여유가 있다면 하단 코너의 책들도 읽었으면 한다. 인문과학 추천서인 스피노자의 <에티카> 외에도 읽을만한 책들을 골라봤으니 읽어보고 학문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덕성인이 되길 바란다.


 ‘교수님의 서재’소감을 남겨주세요
 ‘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덕기자 페이스북(www. facebook.com/press.duksung)에 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조우호 교수님의 메시지가 적힌 추천도서 <에티카>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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