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에 대한 성찰…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예술교육에 대한 성찰…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 김연규(서양화과) 교수
  • 승인 2013.06.10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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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 프랑스 파리 개선문을 바라보는 샹제리제 거리 끝자락에 자리 잡은 한 건물 앞을 지나다 몹시 춥고 밤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보기 드문 광경을 접했다. 궁금한 마음에 머문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자존심 강한 유럽미술의 한복판인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사실주의 작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회고전이었다. 더 놀라운 일은 매서운 바람이 옷깃까지 꽁꽁 여미게 하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세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수백 명의 관람객들과 따뜻한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며 기다림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하는 주최 측의 배려였다. 이 모습을 보며 그들의 열정과 관심에 부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운동경기나 정치적 집회처럼 사람들의 열광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하는 우리 미술계의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들의 문화적 향유와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단순히 그들의 역사적 문화, 예술에 대한 자존심과 사랑에서 나오는 습관적 행동일까? 최소한 내가 본 모습들은 그렇게만 보이질 않았다. 다양한 문화와 예술형식이 공존하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 전 국민의 관심의 결과로 이룩해온 문화적 자산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살림살이는 옛날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예술분야까지도 정치인이 문화예술에 대해 내건 공약에 좌지우지되면서 대중적 트렌드 경향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매우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적 논리를 떠나 생각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예술교육에 있어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창의적 작품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래 작가의 양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어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기초학문 분야와 예술분야까지 취업률 평가 대상으로 전락해버렸고 냉대와 존립의 대상에서 일 순위가 된 우리의 모습에서 창의적인 문화적 향유란 단어는 아직 먼 얘기인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우리의 미술 분야에서 보면 더욱 더 크게 느껴진다. 서양미술의 역사적 관점을 온고지신(溫故知新)적으로 되돌아보면 문예 부흥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모더니즘 시대에 비추고 80여 년간의 매너리즘 시대를 포스트 모던시대로 비추어 보면 그 다음은 회화의 회기(回歸)라고 하는 바로크 시대로 정리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어떤 시대로 비추어 볼 수 있을까? 우리의 미술은 정신적 위기 또는 정신적 공황에 직면해 있다는 막막함 그 자체이다.

  부자연스러운 구성, 복잡하기만 한 가벼움, 사람들의 눈을 끌기만 하면 된다는 표현 등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 작가들과 단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다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다 이젠 지쳐 보이는 무념의 관조자들, 언젠가부터 미술관과 화랑에는 형식적인 현장학습 학생들로 채워지고 내실 없는 기획전시가 난무한 풍경을 바라볼 때 그 책임은 지금껏 경제 논리로 미술을 바라본 사회와 교육 주최에 있다고 본다.

  미술교육 결과에는 보편적 형식이 존재할 수 없다. 창의적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여건을 위한 인문학적 사고 및 자기성찰에 의한 표현을 지원하는 사회적 공감에서 그 결실이 맺어진다. 대학에서의 기초 학문 분야와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훗날 더 큰 값을 치를 것이다. 새로운 정부에서도 문화 선진국으로 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특히 대학의 미술교육이 학문으로서가 아닌 단순히 경제 논리와 타협해간다면 우리나라에는 껍데기 문화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교육에 대한 성찰이 문화의 힘으로 언젠가는 우리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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