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현상’을 염려 한다
‘일베 현상’을 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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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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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자에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라 불리는 인터넷 사이트가 신문과 방송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한 일원이 사용한 ‘민주화’라는 용어가 상당수의 국민을 당황스럽게 만든 데 이어, 일베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극단적인 폄훼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과 우려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일베에 게시되는 글들의 주제와 내용이 다양하지만 다음과 같은 성향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먼저, 과거 민주화 세력이나 진보 진영을 종북좌파나 빨갱이 등으로 낙인을 찍고 조롱하며 극단적인 혐오감을 보이는 반면에, 과거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전라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며 그 적대감이 고인이 된, 전 대통령들에 대한 지나친 비하나 모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정 성향의 여성들에 대한 혐오감을 한국의 여성 모두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여성가족부와 연계시켜 남성들의 집단 불만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적 성향과 반공주의도 강하게 표출된다.

  일베의 여러 성향을 종합해보면, 그 중심에는 과거 민주화 세력이나 진보 진영에 대한 거부감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관과 이념에 대한 부정이 내재해 있다. 이는 일베 사용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민주화’의 의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베에 게시된 글의 내용이 마음에 들면 ‘일베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주화’라는 항목을 클릭하기 때문이다. 일베에서 ‘민주화’라는 용어는 ‘반대’나 ‘비추천’의 의미를 갖고 있다. 더 나아가 ‘획일화’ 혹은 ‘하향 평준화’ 등의 의미로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베 사용자들은 민주화 세력이나 진보 진영의 핵심 모토였던 ‘민주화’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베 사이트를 정치·사회 불만을 표출하고 토론하며 배설하는 공간으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극우적으로 이해하는 일베의 시각이 사회의 전 분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베가 중고생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극히 염려스럽다.

  일부 지역의 단체와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할 때, 일베 사용자의 상당수는 보수가 아니며 정치조직과는 무관해 보인다.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거부감을 시류에 편승하여 여과 없이 표출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베 현상은 특정 이해집단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인터넷의 열린 공간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일베의 공격 대상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으며 일베 주류의 의지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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