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 장우성의 <여인> / |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못 생긴 여자들은 찾기 힘들다. 자그마한 얼굴에 쌍커플 진 커다란 눈, 오똑한 코까지 거의 비슷비슷한 생김새와 55에서 66 싸이즈를 입는 보편적인 체격까지 모든 여자들의 외모가 보통은 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여성임을 표시하는 듯 성형열풍으로 모두에게 부여된 쌍커플과 그 싸이즈에 몸을 맞추지 않으면 옷을 사지 못하는 패션계의 횡포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적응하며 순응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뻐지고 싶은 것, 미인이 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세계 모든 여성들의 소망이 아닐 수 없다. 미를 추구하는 방식과 그 행태만 달라졌을 뿐 분명 예전에도 미인이라는 기준은 존재했고 이 기준이 점점 변함에 따라 여성들은 발빠르고 민첩하게 자신의 외모를 가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 달 26일부터 3월 27일까지 신사동에 있는 스페이스 씨 갤러리에서는 한국 미인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맵시 자(姿) 사람 인(人)의 자인(姿人)이라는 타이틀로 약 50여점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 미인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이미지를 다양한 회화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고운 필선과 밝은 색채의 농담 등 한국 전통적 화법으로 표현된 이당 김은호, 월전 장우성 등의 미인도에는 턱선이 보이지 않는 동그란 얼굴에 실처럼 가느다란 눈 뭉툭한 코, 조그만 입이 곱고 단아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월전 장우성의 '여인'의 경우 분명 요즘의 미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내리 깐 시선과 부채를 펴든 손 그리고 표정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정말 매력적으로 한참동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이니 미인이란 쉽게 외모로만 평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권옥연의 <모자를 쓴 여인> / |
▲목불 장윤상의 <미인도> / |
오늘날 텔레비전에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닮은 얼굴의 연예인들이 판을 치고 이들을 닮아 미인의 대열에 합세하고 싶은 욕망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성형을 시도하는 여성 또한 적지 않다. 사회가 만들어준 미인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우며 적당한 눈, 코, 입 만들기에 열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봤을 때, 눈도 작고 코도 낮았지만 웃는 모습만큼은 누구보다 예뻤던 나는 사라지고 2000년대의 미인이었던 얼굴만이 흉측하게 늙어 있다면 어떨까? 아마 남는 것은 물컹해진 실리콘과 후회밖에 없을 것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