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리포트 : ‘자인전’을 다녀와서
문화 현장 리포트 : ‘자인전’을 다녀와서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3.1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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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인

 

▲월전 장우성의 <여인> /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못 생긴 여자들은 찾기 힘들다. 자그마한 얼굴에 쌍커플 진 커다란 눈, 오똑한 코까지 거의 비슷비슷한 생김새와 55에서 66 싸이즈를 입는 보편적인 체격까지 모든 여자들의 외모가 보통은 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여성임을 표시하는 듯 성형열풍으로 모두에게 부여된 쌍커플과 그 싸이즈에 몸을 맞추지 않으면 옷을 사지 못하는 패션계의 횡포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적응하며 순응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뻐지고 싶은 것, 미인이 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세계 모든 여성들의 소망이 아닐 수 없다. 미를 추구하는 방식과 그 행태만 달라졌을 뿐 분명 예전에도 미인이라는 기준은 존재했고 이 기준이 점점 변함에 따라 여성들은 발빠르고 민첩하게 자신의 외모를 가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 달 26일부터 3월 27일까지 신사동에 있는 스페이스 씨 갤러리에서는 한국 미인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맵시 자(姿) 사람 인(人)의 자인(姿人)이라는 타이틀로 약 50여점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 미인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이미지를 다양한 회화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고운 필선과 밝은 색채의 농담 등 한국 전통적 화법으로 표현된 이당 김은호, 월전 장우성 등의 미인도에는 턱선이 보이지 않는 동그란 얼굴에 실처럼 가느다란 눈 뭉툭한 코, 조그만 입이 곱고 단아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월전 장우성의 '여인'의 경우 분명 요즘의 미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내리 깐 시선과 부채를 펴든 손 그리고 표정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정말 매력적으로 한참동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이니 미인이란 쉽게 외모로만 평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권옥연의 <모자를 쓴 여인> /
근대 이후 새롭게 유입된 유화에서는 기존의 고전적인 미인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성들의 이미지 변화는 꼭 그만큼의 사회 변화를 말하는 듯 하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불기 시작한 사회와 의식의 변화를 대변이라도 하듯 이국적인 외모와 화려한 이미지의 여성들이 이상적인 미인이 된 것이다. 권옥연의 '모자를 쓴 여인'의 회화에서도 역시 까무잡잡한 피부와 커다란 눈, 두툼한 입술까지 국적을 알 수 없는 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챙이 큰 모자와 링 귀걸이까지 이국적인 소품이 드러나 왠지 한국의 고전적 미인과는 거리가 먼 듯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꿈꾸는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도 변해가기 마련이니 미(美)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목불 장윤상의 <미인도> /
주목할만한 점은 굳이 근·현대라는 커다란 시대적 구분이 아니더라도 미인의 모습은 천차 만별로 변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대 전통적 화법에 의한 회화여도 이당 김은호부터 목불 장운상까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지는 이목구비와 세련된 이미지로 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대와 작가를 막론하여 회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미모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이니 후대로 갈수록 예전의 미인들에 비해 훨씬 아름다워졌다는 평 또한 할 수 없다. 어느 여인은 웃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또 어느 여인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혹은 눈을 살짝 내리 뜬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미인의 기준은 눈, 코, 입의 생김새가 아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느 특정적인 모습에서 드러나며 이는 여인이 가지고 있는 신분과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텔레비전에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닮은 얼굴의 연예인들이  판을 치고 이들을 닮아 미인의 대열에 합세하고 싶은 욕망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성형을 시도하는 여성 또한 적지 않다. 사회가 만들어준 미인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우며 적당한 눈, 코, 입 만들기에 열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봤을 때, 눈도 작고 코도 낮았지만 웃는 모습만큼은 누구보다 예뻤던 나는 사라지고 2000년대의 미인이었던 얼굴만이 흉측하게 늙어 있다면 어떨까? 아마 남는 것은 물컹해진 실리콘과 후회밖에 없을 것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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