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라면
지금이 아니라면
  • 윤희수(정치외교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3.08.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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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밥 한 번 먹자.
언제 우리 한 번 봐야지.
언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달력에는 없는 날짜.
언제 한 번.

  오랫동안 보지 못한 동창과 연락이 종종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반갑다. 잘 지냈냐는 인사 뒤에 우린 약속한다. “친구,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사실을 우린 이미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식의 흐릿한 약속은 또 우연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우린 또한 알고 있다. 대학생의 주업인 공부와 과제, 그리고 취업을 위한 준비, 그 외의 동아리, 대외활동 등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도 바쁘다는 것을. 나의 이런 바쁜 일과에 하나의 다른 약속을 넣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고 그 상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리라 지레짐작한다. 우린 그렇게 미적지근하고 너무나도 통상적인 화법으로 ‘언제’를 기약해버린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친구를 잡고 언제 한 번이라 말할 기회가 과연 다시 올 수는 있을지 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다. 하물며 타인과의 관계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사람에겐 무언가를 이뤄야 할 시점이 있고 그 시기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대학생 나름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바쁘다면, 취직을 하고 나서는 또 회사생활을 하느라 바쁘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나 핑계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 여건들을 다 맞추려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은 점점 많아진다. 그 가운데 잃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친해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멀어지는 데는 아주 잠깐이다.

  진정으로 그 상대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언제라는 단어는 과감히 빼자.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평소에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던 은사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제 한 번은 없다. 대신에 “지금 혹시 시간 되니?”라고 말해보자. ‘언제 한 번’의 끝마무리 인사가 ‘언제 볼까’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만남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소소하더라도 진심이 담겨있으면 되는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언제 한 번 만나자는 말, 형식적인 멘트는 정중히 사양한다. 진실 되게 사랑하는 자들에게 지금 만나자는 말을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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