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8.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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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도 끝이 나고 어느새 캠퍼스엔 가을의 기운과 함께 새 학기라는 긴장감이 내려앉고 있다. 기자들에게 지난 학기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학내에 크고 작은 사건이 유난히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소란스러워질 때마다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언론기관이다. 우리에게 다룰 문제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발로 더 뛰어야 하며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자가 육체적인 고통이라면 후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였으니 기자에겐 어느 하나도 반가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저 둘 중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육체적인 고통을 선택할 만큼 지난 학기 기자가 느낀 책임감의 무게는 스트레스를 넘어서 마음의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기사 말미에 나의 이름을 쓸 때면 묵직한 부담감이 나를 압박해왔다. ‘내 기사가 신문사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이 기사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사안이 예민할수록, 엮인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그랬다.

  때로는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수업 시간 내내 ‘멘붕’ 상태에 빠져 있던 적도 있다. 평소엔 그렇게나 반갑던 신문사 전화벨 소리와 휴대전화 알림도 신문 발행일만 되면 왜 그렇게 심장을 덜컹이게 하는지, 혹시나 항의 전화라도 걸려올까 하루 종일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마감에 쫓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등교하는 것이 행복이라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개인이 ‘기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 써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진실을 마주하긴 쉽다. 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누군가와는 적 아닌 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스스로가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이라는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진실을 공론화 시켜야 하는 기자에게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지난 학기에 책임감의 굴레에 발목을 잡혀 허둥댔던 것은 진실을 마주하긴 했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옮겨 쓸 자신감과 마음가짐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 거짓과 조작이 진실을 이기고 마는 상황을 익히 봐왔다. 때문에 진실을 원형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기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만큼 기자가 짊어지는 책임감과 부담은 막중해진다. 하지만 기자에게 이러한 부담과 책임감은 기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임과 동시에, 정론과 직필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학기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감의 무게를 달게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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