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덴셜 칼리지의 명과 암
레지덴셜 칼리지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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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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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대학은 사학진흥재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공공기숙사 건립, 교육·운영시설 확충, 레지덴셜 칼리지(이하 RC) 운영 지원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대학 비전 2020+에도 포함된 RC추진의 배경은 쉽게 이해된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현실에서 활기찬 대학문화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2018년경부터 수험생이 대폭 줄어드는 학생절벽에 대응하여 RC를 통한 특성화의 의도가 엿보인다. 마침 서울시에서 충분한 부지를 가진 대학이 드문 편이다. 중규모의 학생 수도 RC 추진에 유리한 여건이다.

  미국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저녁에도 심화학습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학우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즐기고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환경은 RC의 최대 장점이다. 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들도 RC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한동대는 RC를 이미 추진 중이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학년 전체가 한 학기씩 송도캠퍼스에서 생활 중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에 부합하는 RC의 모델은 아직 없다. 미국 대학들은 RC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문화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해 집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며 대학들이 주로 시골에 위치한다. 대도시의 대학들도 기숙사가 아니면 숙식 해결이 어려운 여건이다. 한동대는 지방이라는 환경과 종교공동체를 추구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의 활용을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RC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과 재학생들의 선호도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수험생의 연세대 기피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연세대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RC의 입시에 대한 영향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수험생이 우리 대학을 지원하는 가장 큰 동기는 서울 내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학교를 다닌다. 지방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여건에서 비롯한 수험생의 선호도에 있다. 그런데 스스로 ‘수녀라인을 탔다’고 말하는 우리 학생들이 여대 기숙사 생활을 좋아할 것인가? 기숙사비와 식비를 더해 사실상 1년 약 300만 원의 등록금 인상은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RC의 단점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여대기피 현상과 더불어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RC의 이상은 분명히 의미가 있으며, 우리대학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의 여건에 따라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국내에서 검증된 바는 없다. RC가 학생들이 꿈꾸는 ‘호그와트’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수녀원 유배’라는 기피 요인이 될 것인지 철저한 선호·수요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향후 최대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는 종로캠퍼스 활용과 RC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뉴욕시립대(CUNY)와 같이 도시 내 흩어진 캠퍼스를 통해 도시와 호흡하는 시티캠퍼스와 비교시 RC가 가지는 장단점과 두 모델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결합방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청된다. 최근 RC 시스템을 도입한 뉴욕대(NYU)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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