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가치, 인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가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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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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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대학에서 학내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인권규범을 모은 ‘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소식이 있었다. 세계인권선언을 포함해 다양한 인권규범들을 참고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초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성희롱·성폭력 행위, 폭력·폭언 등을 하지 않는다’ ‘학생은 선·후배 및 동급생에게 원하지 않는 일을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교수는 비전임 교원, 연구원, 대학원생, 연구 보조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고, 이들에게 사적인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따르면 인권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의미한다. 성별, 연령, 종족(種族) 정체성, 사회적 신분 등으로 인해 차별받거나 멸시돼서는 안 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점이 인권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복잡한 논의를 모두 차치하고 간단하게 정리하면, 인간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 인권의 출발이 될 것이다.

  인권은 뻔하고 당연한 것이어서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거나, 너무 넓은 범위를 다뤄야 하고 사례마다 각기 다른 맥락 속에 있기 때문에 인권 일반에 대한 논의는 소용이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식의 전당’인 학교에서 인권을 논하는 것이 너무 과민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그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인권의 문제가 더욱 중시돼야 한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관련된 사건들, 혹은 교수가 술을 마시다가 조교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게 했다느니, 연구원으로 학생을 등록시킨 후 그 학생의 통장을 교수가 관리했다느니 하는 사례들이 다른 학교들에서 끊이지 않고 들리는 것은 학교가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무결지역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린 헌트는 자신의 책 <인권의 발명>에서 인권은 세 가지 특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자연성(인간이 타고남), 평등성(모든 이에게 동일함), 보편성(모든 곳에 적용 가능함)이 그것이다. 모든 인간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인간 존엄의 가치를 평등하게 누려야 하며 인권은 인간 존재에 주어진 자연적 본성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교수, 학생, 직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은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실천이다. 그 기본적인 실천을 모든 구성원이 생활의 기초로 삼을 때 학교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람과 사람의 마주함이라는 상식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일상생활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은 이 시대의 대학이 보여줘야 할 기본적 가치 중 하나이다. 삶과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여러 분야에 대한 지적탐구와 더불어 상호 존중 속에서 사람답게 생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대학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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