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띠가 이 도시의 공기 같은 존재로 남았으면 해요"
"아띠가 이 도시의 공기 같은 존재로 남았으면 해요"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9.1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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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학파에 증권사 직원, 요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스펙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이 모든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북촌을 누비고 있는 아띠 인력거의 이인재 대표(이하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학파 증권맨에서 인력거꾼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직업은 인력거꾼 
  “아띠 인력거를 창업하기 전에 몸담았던 증권사는 나쁘지 않은 직장이었지만 절 행복하게 해주고 보람을 느끼게 하는 곳은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직업을 원한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던 이 대표를 회색의 네모진 빌딩에서 끌어낸 것은 대학시절 보스턴에서 3개월 정도 했던 인력거 아르바이트의 추억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여름방학 동안 보스턴에서 인력거를 몰았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좋은 기억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력거에 사람들을 태우고 아름다운 서울의 거리를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도 인력거가 잘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회사에 사표를 낸 이 대표는 미국에서 인력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줬던 친구와 종로 3가의 작은 차고에서 인력거 두 대로 아띠 인력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띠 인력거의 가능성이 빛을 보기 시작할 무렵 함께 시작했던 친구는 비자 만료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뒤에도 이 대표는 인력거를 추가로 구입할 자금과 그 인력거를 움직일 노동력을 찾아 발품을 팔고 중국에 있는 인력거 공장을 오가며 규모 확장을 위해 바쁘게 뛰었다. “저를 둘러싼 상황이 점점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했을 무렵만큼 힘들지는 않았어요. 협력하는 사람들도 새로 생겨났고 무엇보다 이 일이 즐거웠으니까요.”

  그렇게 2대였던 인력거는 6대로 늘었다. 인터넷에 올린 라이더 모집글과 북촌을 달리는 인력거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나타났고 처음에는 생소했던 종로 일대의 골목골목에 대해서도 빠삭해졌다. “아띠 인력거를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몰랐듯이 대부분의 사람들도 북촌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잘 모릅니다. 서울이 이런 얼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손님들이 그 아름다움에 공감할 때 라이더로서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아저씨, 아찌, 아띠!
친근한 어감으로 편안하게 다가가고파
  미국에서는 인력거를 페달로 가는 택시라고 해서 페디캡(택시형 자전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낯설기만 한 페디캡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알릴지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러던 중 서울 한복판을 지나는 페디캡을 본 사람들의 “어, 인력거다. 마차다!”라고 외치는 말에 이 대표의 고민은 해결됐다. 엄연히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을 마차라고 할 순 없으니 페디캡은 그렇게 인력거의 후계자가 됐다.

  아띠 인력거가 아띠(artee)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페디캡이 인력거가 된 사정과 비슷하다. “로고를 만들어준 친구가 이름 후보를 몇 개 가져왔는데 그 중 아띠의 어감이 좋아 선택했어요. 꼬마아이가 ‘아찌!’하고 동네 아저씨를 부르는 것 같지 않나요?” 사람들에게 조금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어 하는 이 대표의 마음이 ‘아띠 인력거’라는 이름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밝고 싹싹한 라이더들의 미소가
아띠 인력거의 얼굴
  한편 인력거라는 단어에서 “왜 먹질 못해!”라는 김첨지의 울부짖음이 자동으로 연상되는 탓에 돈을 내고도 마음 편히 타지 못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그럴수록 밝게 웃으며 손님들 마음속의 불편함을 없애고 싶다고 한다. “손님이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거리 안내 중에도 친근하게 말을 걸어요. 또 거리를 지나는 분들에게는 인사를 하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꼭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죠. 모르는 사람이지만 인사를 통해 인력거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해요. 라이더들의 행동이 아띠 인력거의 이미지로 이어지니까요.” 언제나 밝은 태도로 맞아주는 덕분에 손님들은 일상과는 분리된 인력거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라이더와 짧은 시간 동안 소중한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되는 아띠 인력거
  일상에 지쳐 힐링이 필요한 사람, 특별한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 서울을 관광하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아띠 인력거에 오른다. 그리고 이 대표의 휴대폰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인력거를 탄 사람들로부터의 문자 메시지가 보물처럼 쌓여있다.

  “초기에는 인력거가 지나가도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무료로 많이 태우곤 했어요. 퇴근길에 고등학생을 무료로 태웠는데 다음날이 수시면접이라며 걱정을 하기에 인력거 타기 쉽지 않은데 공짜로 탈정도로 운이 좋으니까 분명 잘할 거라고 말했죠.” 그리고 한 달 뒤 그 남학생으로부터 이 대표의 말에 용기를 얻어 대학 합격했다는 문자가 왔다. 우연히 만난 아띠를 기억하고 자신의 소식을 전해주는 게 더없이 고마웠다고.

  “얼마 전 태웠던 제주도에서 온 남매 손님도 기억에 남네요. 누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10살짜리 남동생은 제주도에 사는데 누나가 자신이 모은 돈으로 방학 동안 동생을 데려와 서울구경을 시켜주고 있더라고요. 그 마음이 무척 기특했죠. 마침 다른 손님이 없는 날이라 거의 두 시간을 태우고 돌아다니면서 흐뭇해했는데 이 학생들에게서도 너무 즐겁고 고마웠다고 문자가 왔어요. 이런 문자를 받으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이 대표가 친구와 두 대의 인력거로 시작한 아띠 인력거는 현재 6대의 인력거와 14명의 라이더가 함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부 재정비가 끝나면 인력거의 수를 더 늘리고 경복궁과 서촌 인근을 도는 새로운 코스도 만들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아띠 인력거가 이 도시의 공기같은 존재가 되어 가능한 오래 서울의 골목골목을 달리고 싶다고 한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니 평생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아띠 인력거가 몇 년이고 계속돼서 누나와 함께 탔던 10살짜리 제주도 소년이 어른이 된 후에도 다시 타러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시를 숨 쉬게 하는
아띠 인력거는 오늘도 달린다
  지금도 종로 일대에 가면 관광객들을 태우고 서울의 공기가 되어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는 아띠 인력거를 만날 수 있다. 아띠 인력거는 성인 1인당 2만 5천 원, 초등학생 이하 1만 5천 원에 60분 내외 코스로 최대 성인 2명, 어린이 3인까지 탑승가능하다. 예약·문의는 1666-1693으로 받고 있으며 웹사이트
(
http://www.rideartee.com)에서 예약현황 및 코스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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