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소설이 만난다면
만화와 소설이 만난다면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9.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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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한계를 넘은 만화,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 <맨 오브 스틸> <아이언맨 3>. 올 상반기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궜던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 우리는 이처럼 소설 못지않게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만화를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 부른다. 만화지만 만화 같지 않은, 만화의 한계를 넘어선 만화, 그래픽 노블에 대해 알아보자.


 


어른들을 위한 만화의 탄생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띤 만화책의 한 형태, 혹은 단편 만화의 모음을 의미하는 ‘그래픽 노블’은 장편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픽 노블과 일반적인 형태의 만화, 즉 코믹스(comics)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이야기의 완결성 유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픽 노블은 마치 소설처럼 완전한 서사구조와 이야기의 완결성을 지닌다. 때문에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관계 또한 일반 코믹스보다 복잡하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시각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그림체와 화려한 색감은 덤이다.
  그래픽 노블이란 명칭은 1978년 미국의 만화가 윌 아이스너(Will Eisner)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인 <A Contract with God: And Other Tenement Stories> 표지에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써 넣었는데 이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코믹스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자신의 만화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윌 아이스너는 만화를 문학작품의 범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으며 그래픽 노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슈퍼맨>에서 <설국열차>까지
  그래픽 노블의 개념이 탄생한 지 약 40년. 그동안 다양한 그래픽 노블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그래픽 노블은 단연 미국의 ‘DC 코믹스(이하 DC)’와 ‘마블 코믹스(이하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일 것이다. DC가 <슈퍼맨> <배트맨> 등으로 고전적이고 초월적인 ‘영웅의 정석’을 보여줬다면 마블은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시리즈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의 평화에 대해 고뇌하는 ‘신개념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 그래픽 노블 마니아들에게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는 수십 년간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다.
  DC와 마블 원작의 슈퍼히어로 시리즈물 외에도 영국 출신 만화가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와 <왓치맨>, 프랭크 밀러의 <300>과 <씬시티>, 마크 밀러의 <킥애스> 등이 대표적인 그래픽 노블로 꼽힌다. 특히 위 세 작가들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그래픽 노블의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외에 나치 치하 유태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 그리고 우리에겐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더 익숙한 미국의 좀비 드라마 <워킹 데드>,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 또한 그래픽 노블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두터운 마니아층의 비결
  그래픽 노블 팬들은 그래픽 노블의 매력을 방대한 세계관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꼽는다. 미국만화 번역가이자 미국만화 블로그 ‘부머의 슈퍼히어로’의 운영자 이규원 씨는 “그래픽 노블의 방대한 세계관은 책을 넘어서 컴퓨터 게임, 블록버스터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형태로 퍼져나간다. 처음에는 영화나 게임을 통해 세계관을 접하지만 그 뿌리가 되는 그래픽 노블에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마니악한 팬들이 생겨난다”고 그래픽 노블의 인기를 설명했다. 마블의 <아이언맨>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는 우리대학 정혜원(정치외교 2) 학우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웅장한 배경, 그리고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점이 그래픽 노블의 매력”이라며 “특히 DC나 마블의 그래픽 노블 같은 경우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크로스 오버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력은 그래픽 노블이 가지고 있는 ‘시의성’이다. 출판 당시 화제가 됐던 사건사고나 사회 이슈 등을 만화의 내용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미국 슈퍼히어로 그래픽 노블에서 두드러진다. 2001년 9·11 테러 발생 당시 많은 히어로들이 책 속에서 애도를 표했던 것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스파이더맨>에 등장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침체된 한국만화 시장의 탈출구 될까
  한국에도 그래픽 노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미국과 유럽에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국내에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원작까지 연이어 주목 받고 있다. 이규원 씨는 “아직 마니악한 팬들이 많지만 외국의 그래픽 노블이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간된 지도 여러 해가 지나서 저변이 꽤 넓어졌다”며 그래픽 노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 작가가 그리고 한국에서 생산되는 ‘국산’ 그래픽 노블 시장은 협소한 편이다. 기존 종이 만화 시장을 웹툰 등의 온라인 만화 시장이 대체하면서 종이 만화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만화 전공자들이나 기존 만화가들이 보다 여건이 좋은 게임 업계로 다수 전향해 그래픽 노블을 그릴 인력 또한 넉넉지 못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그래픽 노블 한 편이 만화 시장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드라마 등 그래픽 노블 하나가 창출해 낼 수 있는 문화 산업과 경제적 이익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은 지난 2011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 만화 축제 ‘코믹 콘’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만화의 발전을 위해선 히어로이즘을 소재로 한 그래픽 노블 시장의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그래픽 노블이 침체된 한국만화 시장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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