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인식에 비해 낮은 형량, 그 실제는
사회적 인식에 비해 낮은 형량, 그 실제는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3.09.1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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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잔인한 성범죄, 묻지마 살인과 같은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극악무도한 사건의 판결이 대중의 도마에 오를 때마다 “형벌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사형제도의 부활과 증형을 주장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살인, 성범죄에 대해 대중이 생각하는 형량과 실제 형량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형벌, 실질적으로 낮지 않아
  대중들은 대부분 살인자에게는 사형, 성범죄자에게는 적어도 징역 20~30년이 구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과 성범죄에 대해 각각 징역 9~13년, 3~10년을 구형한다. 이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나라의 형량이 낮은 것일까.

우리나라 형량
세계적 평균보다 높아

  이에 대해 류인모 인천대 법학과 교수(이하 류 교수)는 “현재의 형벌 기준이 범죄자에게 맞춰져 있어 그렇게 비칠 수 있다”며 형벌의 추세가 변화해 온 모습을 들어 설명했다. 법이 추구하는 범죄 예방의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일반예방’이 있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특수예방’이 있다. 과거의 형법은 응징의 기능과 일반예방 기능에 중점을 둬 ‘보여주는 형벌’을 추구해 보다 잔인하고 강력한 징벌이 많이 나타났다. 현재의 법은 특수예방을 추구해 범죄자 위주의 법으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류 교수는 “현대 범죄자의 대부분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수예방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단순히 구금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가까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일부 주가 형량을 높게 선고하는 것에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우리나라의 형량은 세계 평균 수치보다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살인 재범률 11.7%
생각보다 낮아

살인 재범률 낮아… 증형 필요 없어
  대중의 대부분은 살인범은 사형에 처해진다고 생각하지만 ‘보통 동기 살인’의 경우 실제 구형되는 형량은 10~16년을 기본으로 한다. 작년 7월 한 여성이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해 5년형에 처해진 사건이 있었다. 법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유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자수한 점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돼 있던 점 △범행이 이뤄지기 전까지도 피해자는 가해자의 옷에 소변을 보고 얼굴에 침을 뱉는 등의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해 5년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과 같이 살해 동기를 참작할 만한 경우는 ‘참작 동기 살인’으로 따로 구분되며 최소 3년에서 최대 8년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살해의 동기가 보복 등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는 비난 동기 살인으로 12~16년형을 기본으로 하며 강간치사 등 다른 범죄에 의해 가중 처벌 시 최대 무기징역 또는 사형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유명한 유영철, 오원춘의 살인사건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 이와 같은 사건은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으로 규정돼 22~27년형을 기본으로 하며 가중 처벌되는 경우 최소 25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 선고된다. 살인에 대한 대중의 법 기준에 비해 형벌이 낮은 것에 대해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는 “극악무도한 살인 사건의 범죄자는 단순 쾌락 추구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건의 경우 같이 저지른 타 범죄에 의해 가중 처벌되는 경우가 많아 최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 선고되므로 범죄자가 사회에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중이 알고 있는 바와 다르게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주변인에 의한 범행이 많다. 주변인에 의한 범죄는 대부분 상호 간에 의해 형성된 해당 인물에 대한 원한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재범 확률이 낮아 이러한 살인사건의 경우 증형을 하지 않아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낮다”고 덧붙였다.

재범 방지 위해
치료에 가까운 교육 필요

증형이 성폭행 재범 막을 수 없어
  현재 법이 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강간에 대한 형량은 3~6년이다. 특수강간, 아동 성폭행의 경우 최소 7년에서 최대 무기징역 또는 사형까지 구형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중들의 기준에 비해 낮은 형량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성범죄 형량도 증형을 통해 재범률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단순히 형량을 늘리는 것으로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성범죄자의 대부분은 성적인 쾌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저항하는 모습’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둬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증형은 재범 가능성을 단순히 미루는 역할만 한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 역시 강간,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가정파괴범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80년대의 사건을 예로 들며 증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사건의 범죄자는 빈 집에 절도를 위해 잠입해 물건을 훔치던 중 여성 집주인과 마주치자 충동적으로 강간을 저질렀다. 범행 도중 사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진 피의자가 검거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한 극단적인 사건이었다. 류 교수는 “성급한 증형은 이와 같이 극단적인 범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증형이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증형보다는 치료 및 교육을 통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의 사회적 기능을 통해 범죄자들을 포용하는 것이 올바른 법의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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