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감경, 필요한가
심신미약 감경, 필요한가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3.09.10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 마시고 취해서 그랬다.”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 등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이다. 범행 시 음주상태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돼 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법은 어떨까.

  2008년 12월,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조두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56세였던 조두순은 8세 여아를 유인·납치해 구타 및 강간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이 사건을 통해 복부의 장기가 음부 밖으로 노출되는 등 영구적 상해 및 비골 골절상을 입었다. 검사는 처음에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에서 재판부는 △범인이 고령(당시 56세)인 점 △평소 알콜중독과 통제불능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는 점을 고려해 형법 제10조 제2항에 의해 12년형을 선고했다.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어린 아이의 일생을 망친 대가치고는 너무 적지 않냐”고 분노하며 수원역 앞 광장에서 ‘조두순 규탄 집회 및 침묵시위’를 열기도 했다.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유기징역의 경우 형량의 절반을 감한 후 검찰이 판결에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 항소하는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의해 1차 법원에서 판결된 형량보다 많은 형량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 심신미약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남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류인모 인천대 법학과 교수(이하 류 교수)는 “심신미약을 고려하는 것은 해당 범죄가 범죄로 성립되기 위한 조건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범법 행위를 저질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과 같이 사리분별이 바른 상태 또한 범죄를 성립하게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어 류 교수는 “만 14세 미만의 아동이 저지른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 것과 미성년자 범죄를 따로 처벌하는 것 모두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조항의 기준이 모호해 악용될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건 당시 범죄자가 정신질환, 술 또는 약물에 의해 사리분별이 완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류 교수는 “이와 같은 심신미약 요인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소한 정신질환으로도 심신미약이 인정돼 악용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변호사가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하지 않으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해당 조항을 악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류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독일처럼 악용될 여지가 있으니 빠른 시일 내 명확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