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동심을 간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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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9.16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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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을 넘어 생활 곳곳에 스며든 키덜트 문화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젊고 훤칠한 카페 사장 한별(공유 분)의 방을 기억하는가. 그가 비밀기지 마냥 숨기던 방에는 레고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28살 미남 사장님 역시 아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 ‘키덜트’였던 것이다. 이제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생활 곳곳에 퍼진 키덜트에 대해 알아봤다.


  5,000억 원 규모의 완구 시장
  무시할 수 없는 소비력의 어른아이들
  키덜트란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릴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다. 20~30대 혹은 그 이상의 성인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갖가지 향수들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그 경험들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키덜트 현상. 이미 키덜트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있을 만큼, 키덜트 현상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흔히 키덜트라 하면 떠올리는 베어브릭의 곰돌이 피규어나 레고는 수집에 취미가 없는 일반인들도 하나쯤 구입할 수 있을 만한 저가의 제품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한정판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키덜트들의 주요 수집 분야로 일명 아트토이라고 불리는 장난감들은 이들을 겨냥한 한정 마케팅과 단순한 장난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교함으로 그 수요를 넓혀가고 있다. 그 밖에도 건담 프라모델, 구체관절인형과 같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장난감은 수집가들만의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돼 있어 현재 이들을 포함한 키덜트 완구 시장의 규모는 연간 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한편 이 같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키덜트 상품을 이용한 재테크도 생겨났다. 발매 당시에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레고나 프라모델을 구입해 몇 년 뒤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치가 상승하면 비싼 가격에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법이다. 이에 재테크계에서는 레고 재테크, 일명 레테크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키덜트는 산업·경제 분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수집문화에 안주하지 않고
  넓은 분야로 퍼지는 키덜트
  키덜트는 이제 장난감뿐 아니라 패션, 영화, 레저 등 소비문화 전반에 확산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키덜트 문화 확산의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22일 시작한 <지브리 레이아웃전>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과 성장기를 함께한 20~30대가 전체 예매율의 77%를 차지하는 등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임에도 성인 관객들의 수요가 더 많았다.

  젊은 여성들이 주 소비층을 이루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키덜트 코스메틱이라 불리는 마케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헬로키티 얼굴 모양의 깜찍한 병 때문에 일명 키티향수로 불리는 향수 브랜드 코코 아무르(COCO AMOUR)는 젊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키덜트 마케팅으로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던 향수업계에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디즈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미키마우스와 데이지덕이 그려진 에뛰드하우스의 한정판 선크림과 미니마우스와 데이지덕 캐릭터를 담아 한정판으로 출시한 DHC의 딥 클렌징 오일도 큰 인기를 끌었다.

  철부지가 아닌 어엿한 취미로
  키덜트에 너그러워진 사회 분위기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 먹을 만큼 먹고도 철이 덜 든 사람 취급을 받던 키덜트들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 키덜트라는 단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흐름을 타고 키덜트가 방송매체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장난감에 열광하는 아이 같은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혼수 대신 건담을 사달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배우 이시영부터 최근에는 건담 프라모델 상자를 안고 활짝 웃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누나팬들을 흐뭇하게 한 아이돌 그룹 멤버 임시완과 생일을 기념해 방송에서 일본 키덜트 투어를 다녀온 영화배우 이성재까지.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놀라울 만큼 부드러워졌다. 이제 키덜트 성향은 그들의 이미지에 흠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과의 친근감 형성에 기여한다.

  최근 어린 시절 추억을 찾는 키덜트 현상이 이전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우리대학 최승원(심리) 교수는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 말한다. 최 교수는 “사람은 어렸을 때나 성인이 됐을 때나 장난감과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바뀌진 않는다. 다만 과거 사회에서는 성인에게 지금보다 성숙함을 요구했기 때문에 키덜트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억압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반면 현대사회는 성인의 키덜트 성향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완화됐다. 때문에 키덜트들이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감소해 그들이 이전보다 표면에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키덜트 증가의 원인을 바라봤다.

<지브리 레이아웃전>의 예매율. 20~30대 관객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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