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대학생, 세대 통합의 장을 마련하다
노인과 대학생, 세대 통합의 장을 마련하다
  • 최아영
  • 승인 2013.10.0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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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는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루만이라도 노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거나 노인이 돼본다면 어떨까. ‘서울노인영화제’와 ‘노인생애체험’을 통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함께 호흡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

  지난달 30일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영상축제인 ‘제6회 서울노인영화제(이하 노인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영화제가 열린 대한극장은 영화를 관람하러 온 노인 관객들과 기자들 그리고 노인 감독과 젊은 감독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배우 정준호가 홍보대사로서 영화제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또한 개막식에는 전 홍보대사였던 영화배우 김희라와 임현식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6회 서울노인영화제 포스터

   서울노인복지센터(센터장 희유 스님)의 주관으로 열리는 노인영화제는 ‘노인’을 주제로 한 영화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모색하고자 2008년에 처음 열렸다. 노인영화제는 노인들이 직접 만든 영화는 물론 청년 감독들이 노인을 주제로 만든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제와 차별성을 지닌다. 영화제에 참가한 정병숙 감독은 “노인의 고독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영화제가 많지 않다”며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이 먹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노인영화제는 노인 감독들에게는 풍요로운 노년과 자아통합, 연륜 소통의 장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젊은 감독들에게는 노인들의 고민에 대한 공감을 통해 진정으로 노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감독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노인영화제 참가작 <낙원은 고독한가>의 감독인 정병숙 씨가 본상을 수상하고 있다.


  노인영화제 곳곳에서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행사 둘째 날에 열린 ‘열혈대담’ 토론회는 노인 감독과 젊은 감독 간의 세대 화합을 도모했으며, 노인과 대학생이 한 조가 된 공식 기자단 활동은 세대 간 따뜻한 공감의 기회를 제공했다. 기자단에 참여한 대학생 강민정(여. 24) 씨는 “제 성격이 노인분들을 대할 때 살갑지 못한 편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들 너무 잘 해주셔서 기자 체험도 하고 어르신들에게 삶의 지혜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조를 이뤄 활동한 이정자(여. 72) 씨는 “같이 활동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손자, 손녀 생각도 나고 참 좋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생각이 깊고 서로 통하는 것이 많아 의사소통에 문제되는 것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인영화제는 지난 2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노인영화제는 청소년의 시선까지 담아내며 다양한 세대의 참여를 독려했다. 앞으로 ‘서울노인영화제’가 노인을 비롯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통의 다리가 됐으면 한다.

 


 노인을 이해하는 대학생의 시선

“아이고” “불편해” “어지러워” 등의 탄식이 터져 나온다. 무릎 구속도구를 착용하자 무릎을 제대로 굽힐 수 없고 착용한 모래주머니로 인해 팔과 다리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등 구속도구로 인해 등이 굽어지고 특수안경까지 착용하니 시야가 2/3로 좁아져 완전한 80세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노인생애체험은 이처럼 체험복 착용에서부터 시작된다.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로 2006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매년 600여 명이 이곳에서 노인생애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체험자가 장갑과 특수안경을 착용한 후 냉장고 문을 열어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있다.

 

 

▲보행 체험 공간에서 2인 1조로 휠체어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노인생애체험에는 대학생 참가자들이 주를 이뤘다. 체험 전 간단한 교육과 함께 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퀴즈가 진행됐다. 체험 진행자가 “노인이 되면 가장 먼저 퇴화하는 기관은?”이라 질문하자 곳곳에서 “시각”이라며 정답이 튀어나왔다. 교육을 받은 체험자들은 체험복을 갖춰 입은 후 실제 가정집처럼 구성된 체험실에 들어갔다. 체험실은 크게 공공생활 체험 공간과 개인생활 체험 공간, 보행 체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공공생활 체험 공간은 주방, 현관, 거실로 구성돼 있었다. 장갑으로 둔해진 손의 촉각을 사용하여 냉장고 속 병을 꺼내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등 구속도구 착용으로 불편해진 허리를 굽혀 드럼세탁기에서 옷을 꺼내는 등 실제 노인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노고를 체험했다. 이외에도 개인생활 체험 공간에서는 욕실과 침실을 체험했으며 보행 체험 공간에서는 휠체어를 타면 어떻게 노인 분을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이후 체험자들은 실버용품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갔다. 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역사와 노인분들의 편의에 맞게 제작된 다양한 실버용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용품들은 높은 편리성에 비해 대부분 가격대가 비싼 편이라 선뜻 구매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모든 체험을 마친 대학생들은 보다 진지해진 표정으로 마무리 설문조사에 임했다. 체험을 마친 대학생 송현희(여. 22) 씨는 “할머니랑 같이 사는데도 그동안 할머니의 불편함을 공감하지 못했다”며 “학교를 통해서 왔지만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사회복지사를 준비 중인 대학원생 명재호(남. 34) 씨는 “체험을 통해 노인분들에게 어떤 점을 더 신경 써드려야 하는지 배웠다. 노인분들이라고 무조건 도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체험을 진행한 황은영 노인생애체험센터 팀장은 “대부분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오기보다는 복지관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체험을 하고 나면 모두 ‘잘 왔다’는 식의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현재 노인분들의 모습이 후대의 우리의 모습이므로 좋은 것이 있으면 먼저 권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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