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삶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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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3.10.07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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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역사를 말할 때 흔히 역사가나 정치가의 시선에서 본 큰 흐름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역사는 소수의 영웅이나 지도자의 행적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온 무수히 많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급변하는 중국 현대사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린 마을 이야기>로 이응철(문화인류)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수님의 대학시절 독서 생활이 궁금합니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1980년대 후반은 사회과학서적이 인기가 많았다. 때문에 당시 소설보다는 사회과학서적을 즐겼고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추천하는 책을 우선적으로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완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여러 관점들 사이에서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학시절의 독서가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린 마을 이야기>를 추천도서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1년에 중국의 영화산업을 연구하기 위해 일 년 반 동안 중국 상하이로 현장연구를 가게 됐다. 중국에 가기 전 많은 지인들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국가의 시각이 아닌 한 마을의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가 흥미로웠고 실제로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커지며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몇 가지 이미지만으로 중국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추상적인 생각과 이론에 경도되지 않은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현재의 중국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생각하게끔 하기에 추천도서로 선정하게 됐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중국 푸젠성 남부 연안의 농촌마을인 린 마을을 배경으로 중국의 곡절 많은 현대사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인 인류학자 황수민은 린 마을의 당 서기인 예원더(이하 예 서기)와 인터뷰를 한 후 예 서기와 그 주변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이 책에 기록했다. 이런 서술방식은 인류학에서는 생애사(life history)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일반 역사책에서는 찾기 힘든 생생한 현장감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나는 이 책과 함께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추천하고 싶다. 영화는 <린 마을 이야기>처럼 1940년대 이후 중국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가족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책과 함께 보면 중국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역사가의 시선과 일반 사람들의 시선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이 점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가들은 1910년 말 중국을 이야기할 때 청의 몰락과 서구 열강의 침탈, 그리고 1911년 신해혁명 등 급변하는 중국의 큰 흐름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예 서기는 그러한 역사적 큰 흐름 대신 마을에 기근이 발생해 마을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 개인들에겐 국가의 위기 보다는 먹고 사는 일이 더 큰 문제이고 자신들에게 실제로 발생한 일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가들이 바라보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서술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맥락에서 경험한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의의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교수님께선 어떤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예 서기가 모두가 굶주리고 가난하던 사청운동 시기를 그저 추억처럼 회상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예 서기는 당시 배가 고플 때마다 꺼내먹기 위해 셔츠 주머니에 설탕을 넣어뒀으나 더위 때문에 설탕이 다 녹아 곤혹스러웠던 이야기를 웃으면서 말해준다. 예 서기는 시대의 험악한 상황을 언급하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즐겁게 이야기한다. 나는 그런 시대 상황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힘든 상황에서 항상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예 서기의 태도가 일종의 자기 위안적 태도인 것 같아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이처럼 여러 가지 모순 속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이어져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선형 길’을 의미하는 이 책의 원제인 <The Spiral Road>는 우리의 삶이 목표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나아간다기 보다는 이리저리 부딪히며 나선형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국가정책 및 경제상황에 따라 변화한 린 마을을 통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토지개혁, 지주의 몰락, 빈농의 권력 장악,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의 정치적 광신, 그리고 농촌에 실용적인 정책을 부활시키려는 최근의 노력 등 급변하는 중국 사회 속에서 중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던 농민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희생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선 도시화로 인해 농민공의 권리가 무시되거나 호구에 따른 각종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도시화로 인한 여러 문제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산업화를 겪은 모든 나라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현상을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게 경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 민족갈등,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사회다. 또한 중국이 191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급격히 변해온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의 중국을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덕성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인류학에서는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타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덕성인들이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와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은 어떤지 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했으면 좋겠다.




 

 

‘교수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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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10월 16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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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이응철 교수님의 메시지가 적힌

추천도서 <린 마을 이야기>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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