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경제를 읽다
인문학에서 경제를 읽다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3.11.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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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은 절대 사회과학으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관통하는 저자 김훈민, 박정호의 생각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든 다양한 경제의 얼굴을 보여준다. 경제적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인문학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에 대해 백철우(국제통상)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수님의 평소 독서 생활은 어떤가요
  평소에는 수업 준비와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책을 읽진 못한다. 그래서 지하철 출퇴근길이나 자기 전을 이용해 틈틈이 책을 읽는 편이다. 지금은 주로 경제학 도서나 경제 관련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을 읽는다. 현재 경제학에서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경제용어들을 실생활에 적용시켜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책들도 읽고 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추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신화, 영화, 역사 등에 경제적 관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에 경제용어를 접목시켜 풀어주니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경제를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냥 어렵게만 느끼는 경제가 실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 문화,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경제학뿐만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까지 폭 넓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추천했다.

그렇다면 학우들이 어려워하는 경제용어, 혹은 경제이론이 가장 쉽고 재밌게 설명된 부분을 꼽으신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용어 중 ‘한계’라는 것이 있다. 이 ‘한계’의 개념을 영화 <시네마 천국> 속 병사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설명해주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야기 속 한 병사는 공주를 사랑하고 있다. 공주는 병사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0일을 기다리면 그의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병사는 99일째 밤을 마지막으로 다신 공주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병사는 왜 그랬을까? 이 99일째 밤을 바로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 ‘한계’란 우리가 결정을 할 때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병사는 99일째 밤에 하루를 더 기다렸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편익과 비용을 고려했을 것이다. 병사가 하루를 더 기다려 얻을 수 있는 편익은 공주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얻기 위한 비용으로 공주와 병사라는 신분 차이,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한 역경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병사는 99일째 밤에 기다리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교수님께선 책에서 ‘사탕수수 노예들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는데요. 8세기 경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동원된 수십만 명의 노예들이 소수의 유럽인들에게 저항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노예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않았던 이유는 ‘공공선택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노예들은 유럽인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써야 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해서 얻을 수 있는 대가는 다소간의 휴식 또는 일시적인 안정감에 불과했다. 따라서 죽을 지도 모르는 저항을 통해 미미한 대가를 얻는 것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공공선택이론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와 같은 ‘공공선택이론’을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학생들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학생이 사회 운동에 많이 참여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자신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더 중요시 한다. 이렇게 상반되는 모습 또한 공공선택이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 대해 부당한 것을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지지하더라도 실제로 시위에 참여하진 않는다. 시위에 참여할 경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거나 그 기록이 남는 등 개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시위를 통해 제도상의 개선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 희생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얻는 이익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나눠가지게 된다. 따라서 암묵적으로 참여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 중 ‘스위스는 어떻게 2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나’라는 부분에서 스위스가 전략적 요충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립국으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한 이유를 금융에서 찾고 있는데, 이를 쉽게 풀어주세요
  스위스 화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기축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참전국들의 화폐가치는 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전쟁에서 패할 경우 패전국의 화폐가치가 0원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전국들은 제3국으로부터 물자를 수입해야 했으나 화폐가치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결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독일은 자국의 금을 스위스에 팔고 그 대가로 받은 스위스 화폐를 물자 수입 시 사용했다. 이러한 양상이 많은 참전국에서 나타났고 참전국들은 자국의 기축통화인 스위스 화폐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위스를 침공하지 않은 것이다.

끝으로 덕성인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공 공부, 영어 점수에만 치중하지 말고 세상을 폭 넓게 보고 경험했으면 좋겠다.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 나중에 사회에서 일을 하게 되면 책을 읽고 싶어도 시간이 모자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책을 많이 보지 않은 것이 무척 후회된다. 학생들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많은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교수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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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11월 27일(수)까지 덕기자 페이스(www.facebook.com/press.duksung)에

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백철우 교수님의

추천도서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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