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애벌레 <라바>, 그 주역엔 맹 감독이 있다
국민애벌레 <라바>, 그 주역엔 맹 감독이 있다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3.11.1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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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갛고 노란 두 마리의 애벌레가 티격태격하며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 이들은 애니메이션 <라바>의 두 주인공인 ‘옐로우’와 ‘레드’다. 오직 하수구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라바>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라바>의 활약 뒤에는 맹주공 감독(이하 맹 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를 만나 <라바>의 탄생, 그리고 그만의 애니메이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서양화를 그리던 남학생,
  애니메이션에 눈 뜨다
  “대학시절에는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서양화를 전공하다 보니 그림을 많이 그릴 수밖에 없었죠. 그때는 지금처럼 누군가를 웃기는 그림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고 서양화의 철학과 방향성처럼 심도 있는 고민을 했어요.” 이처럼 맹 감독은 서양화를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만화의 매력에 푹 빠져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서양화는 순수미술이다 보니 감상하고 향유하는 층이 국한돼 있는 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서양화를 그리던 대학생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투바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는 <라바>를 상품화한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투바엔터테이먼트를 만나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정식으로 애니메이션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원래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다 보니 애니메이션 일에도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이렇게 애니메이션 기술을 익히고 경력을 쌓아가던 맹 감독은 직접 자신의 회사까지 세우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넓혀갔다. “오직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포함한 모든 작업을 혼자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우여곡절을 겪고 있던 맹 감독은 2008년, 현 소속인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투바엔터테인먼트를 만나 새로운 발돋움을 하게 된다.

<라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맹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일단 우리 것을, 또 내 것을 하고 싶었어요. 해외 프로덕션과 일을 하다 보니 의견충돌이 많아 회의감도 들었죠. 우리 스스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이후 맹 감독은 저예산으로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라바>를 기획했다.

 

  흔한 애벌레가 <라바>로 탄생하기까지
  <라바> 기획 초기 맹 감독은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애벌레’를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에요. 애벌레 두 마리가 짝꿍으로 나와 티격태격하는 그런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장르가 슬랩스틱 코미디이다 보니 망가지기 쉬운 캐릭터로 애벌레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캐릭터가 만들어진 후 맹 감독은 애벌레들의 이름에 대해서도 엄청난 고민을 했다. “배경이 하수구이다 보니 벌레들까지 칙칙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벌레들에게 원색을 입혔어요. 그러고 나서 이름을 고민하게 됐는데 처음 나온 이름이 옐로우와 레드였죠. 복잡하고 여러 의미가 담긴 이름도 지어보면서 고민을 했지만 명확하고 단순한 이름인 옐로우와 레드가 딱이다 싶어 결정하게 됐어요.” 맹 감독은 이러한 주인공들의 이름이 게으름의 산물이라며 웃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짧지만 알찬 애니메이션
  처음 <라바>의 타겟은 젊은 성인층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담겨있었다. “마음속에는 연령대를 아우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 젊은 층을 타겟으로 했죠. 그런데 아이들도 데모를 보고나니 좋아하더라고요.” 이후 맹 감독은 만화의 수위를 낮추고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골랐다. “처음에는 레드와 옐로우가 술도 마시고 그랬지만 이를 모두 건전한 장면으로 바꿨죠.” 이러한 맹 감독의 노력 끝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라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라바>의 가장 큰 특징은 100초 남짓으로 다른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매우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출을 짧게 주고 캐릭터를 최대한 살린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짧다고 해서 제작기간도 짧은 것은 아니다. 제작기간은 6~8주 정도로 다른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한다. “한 에피소드에 거의 30명의 사람들이 붙어요. 주인공들의 표정이 많이 변하고 연기의 밀도가 높다보니 다른 애니메이션들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죠.”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라바>
  국산 애니메이션 <라바>는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처음 방영됐다. “옐로우와 레드의 대사가 없는 이유는 바로 해외시장 때문이에요. 언어를 사용하면 수출을 할 때 번역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번역을 하면 우리 특유의 감정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몸을 쓴 거죠. 몸은 어디에서든 통하잖아요.”

  현재 <라바>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으며 내년 2월에 열릴 국제 에미상 키즈애니메이션 수상작 후보에 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맹 감독은 “현재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TV시리즈예요. 지금은 <라바>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 영화로 주목을 받는다면 그때부터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려고요”라며 성공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가지고 살아 가세요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맹 감독은 “좀 다양해 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맹 감독은 더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장르가 생겨나고 그를 통해 애니메이션 시장이 넓어진다면 만화에 관심이 있는 젊은 학생들이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직종을 옮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맹 감독은 대학생들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후 열정만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요즘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라며 모두 마음 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가지고 살면서 하고 싶은 일에 후회 없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맹 감독에게 <라바>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맹 감독은 “고마운 존재”라고 답했다. “가끔씩 애들을 보고 있으면 기특해요. 얘네들 때문에 가족은 물론이고 회사까지 행복해졌으니까요”라며 사무실 한 쪽에 놓인 옐로우와 레드 인형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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