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여성국극에 관심 가져주길”
“대학생들이 여성국극에 관심 가져주길”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11.1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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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몽룡, 견우, 벽계수, 홍길동까지 여성국극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자 주인공역을 도맡아 하고 있는 남장 국극 배우가 있다. 전공인 판소리가 본처라면 여성국극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애첩이라 말하는 판소리 인간문화재 이옥천 명창을 만나 여성국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여성국극 <별 헤는 밤>의 윤동주 역할을 위해 남장을 한 이옥천 선생.

예쁜 여자배우와 연기하는 것이 좋아보여서 국극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들었는데, 여성국극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자세히 듣고 싶다
  판소리는 9살 때부터 시작했지만 임춘앵 선생의 여성국극 공연을 보고 “나도 저렇게 멋진 남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국극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상경해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학교 홍보지에 국극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 보니 국극 분야가 없어져 배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과 창극반을 만들어 학교 예술제에서 춘향전을 공연했고 이것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공연을 본 학생들이 나를 “언니, 언니”라고 부르며 쫓아다니고 나를 보려는 목적으로 창극을 배우기도 했다.

 

이등우라는 예명의 의미가 궁금하다
  여성국극 ‘춘향전’ 공연에서 이몽룡 역으로 인기를 얻었을 때 한 팬이 옥(玉)이라는 한자가 이름에 들어가면 몸을 약하게 한다면서 “이 이름을 써주면 표를 1,000장이라도 팔아줄 테니 꼭 써 달라”고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다 줬다(웃음). 오를 등(登)에 도울 우(佑)를 써서 이등우다.

  당시 요즘의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였다고 하던데, 열광적인 팬들의 일화를 듣고 싶다
나를 좋아해서 짐을 싸들고 가출한 여학생도 있었다. 선배들은 심하게 타이르면 그 학생들이 엇나갈 것을 우려했으나 학생시절에 학교를 충실히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 그 학생들을 엄하게 타일렀다. 나를 만나고 싶거나 함께 창을 하고 싶다면 우선 성실히 학교 생활을 하고 졸업한 뒤에도 늦지 않다고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멀리 갈 것 없이 2005년도에 미국으로 공연을 갔던 때만 해도 내가 남장한 여성배우라는 것을 모른 외국인 여성 관객이 무대에 올라와 나를 끌어안고 뺨에 키스를 퍼부으며 자신과 결혼하자며 매달린 적도 있다(웃음).

여성국극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에서 느끼는 매력은 상대배우가 남성이 아니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부담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관객들은 여성이 연기하는 아름다운, 그렇지만 남자다운 남성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관객들이 춘향전의 이몽룡을 봤을 때 “저 이 도령 배우는 남자야 여자야? 정말 남자 같은데?”라고 혼동할 정도로 완성된 남성연기를 보여준다면 그 공연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어색한 남성연기를 보인다면 그 것만으로 공연의 가치가 떨어진다. 즉, 여성국극의 가장 큰 매력은 남장 배우이며 가장 큰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성기 이후 대중에게서 멀어진 여성국극이 다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적인 지원이다. 여성국극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젊은 예인들이 있지만 여성국극에 대한 정부지원이 없는 탓에 공연 횟수도, 배우들의 출연료도 벽에 부딪혀왔다. 한 공연을 올리는 데 참여하는 배우만 50여 명인데 배우와 악사들의 보수, 대관비 등을 고려하면 한 번의 공연을 열기까지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국립창극단과 같이 배우들에게 일정 수입을 지급하며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면 여성국극도 화려하고 멋진 공연을 지금보다 자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32호 이옥천 (사)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이사

 

덕성여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생들이 여성국극을 보다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공연을 열고 싶다. 이전에는 성신여대와 서강대의 요청을 받아 축제에서 여성국극의 주요 장면들을 공연하기도 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처음 흥미를 갖기 어렵고 멀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젊은 학생들이 여성국극을 많이 찾고 관심을 가진다면 어려운 여성국극의 발전에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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